10월4일
강정마을회관, 4일 저녁6시. 최종점검회의가 1시간가량 늦어졌다.
김덕진사무국장의 전화로 중요한 전화들이 계속 걸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가 시작됐다.
각부문 점검들이 진행됐다.
먼저 홍보기획안이 보고됐다.
대행진을 적극 알려나가기 위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분들의 언론기고를 조직하기로 했다.
문인들의 참여도 있을 예정이다.
또 5일 기자회견준비와 6일부터의 일정에 대해 공유했다.
전남지역에서 크게 준비되고 있는 상황.
각지역에서는 지역의 SKY사안뿐아니라 지역의 사안들과 결합해 행사와 대행진단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40여명이 상설적으로 이동하는 만큼 먹고 씻고 빨래하는 문제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나 성당 등을 열고 지역에서 식사를 준비하기로 해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의 준비, 확인을 꼼꼼하게 체크하기로 했다.
매일매일 상황실회의, 주말확대상황실회의를 진행하기로.
첫날인만큼 대행진의 출발을 성대하게 만들어 갈 데 대한 얘기가 나왔다.
먼저 오전 4.3공원참배를 한 후 오후2시 제주도청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후 도보로 항구까지 이동해 목포행 배를 탄다.
마지막 점검회의는 선상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한가지 의견이 나왔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각대선후보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규현신부는 “자칫 이 행사를 하다보면 남의 정당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대행진단에서는 원칙을 세웠다.
‘오는 건 막지 않지만, 우리가 정치인을 부르지 않는다’
실제로 대행진단이 한달여간 각지역민심을 모아내 서울로 진격해가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SKY에 대한 입장이 곧 민심을 거스르느냐 아니냐를 가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행진의 여정은 대선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복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목포이후 며칠간의 계획을 공유하고 ‘바람버스’조직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다.
한진의 ‘희망버스’에 이은 SKY의 ‘바람버스’가 강정에, 쌍용차에, 용산에, 전국방방골골에 평화의 바람을 불어오게 할 그 바람버스다.
몇가지 실무를 체크하고 회의는 끝났다.
다들 식사를 거른 채 전야제장소로 이동했다.
전야제는 저녁7시에 정확히 시작했다.
해군기지건설사업단정문앞.
마을주민과 활동가들 등 모두 150여명이 넘는듯했다.
기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강정마을을 방문한 재일동포 조혜천씨도 있었고 다른 외국인들도 왔다.
인형작가 들풀씨의 사회.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투쟁의 기록영상이 상영됐다.
가슴짠한 기억들, 중간중간 박수갈채도 터져나왔다.
다음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사무국장의 발언.
“용산 3년8개월간의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을 했다. 350일만에 장례식을 치렀다. 오늘 함께 걷고자 한다. <두개의 문>이 상영된 바 있는데 김석기는 아직 책임지지 않았다. 4구역 그자리는 허허벌판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그 경찰들이 다시 쌍용자동차 살인진압에 동원됐다. 삼성과 대림은 다시 강정에서 살인공사를 하고 있다”
들풀씨의 구호선창과 참가자의 외침.
“노동자가” “하늘이다!”
“구럼비가” “하늘이다!”
“쫓겨나는 사람이” “하늘이다!”
“우리모두가 하늘이다!”
얼마전 시집 『구럼비 그 바다에 부치는 글』을 펴낸 김성규씨의 시낭송에 이어 자리젓밴드의 공연이 진행됐다.
투박하지만 강정의 소리를 기타가락에 풀어낸다.
자신은 정작 ‘노래가 아니라 개타령이우’라고 말한다.
“새술은 새부대에―”
“나는 어디로 떠나야만 하나―”
기륭 유흥희분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얼마전 민주노총금속노조비정규투쟁본부가 발족됐고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비정규직이라는 주제로 대행진단에 ‘막차’를 탔다. 쌍용차 만 3년. 2646명의 정리해고자가 잘 알려져 있다. 노조가입된 정규직위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3000여명이상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업체폐업으로 400여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소리소문 없이 해고돼 나간 것이다. 늙은 노동자들이 3년이상 싸웠다. 대한문에서, 새누리당당사앞에서. 이밤도 지새며 투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들어 단 1명의 노동자, 민중들이 편할 날이 없었다. 더이상 그렇게 죽을 수 없다. 우리도 사람이다. 돈이 먼저인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세상. 10월27일 1027명의 비정규직없는 일터만들기 선언운동을 펼친다. 평화로운 강정에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한다. 용산참사와 같은 것은 있어선 안된다. 우리목소리를 전국방방곡곡에 알려내자. 대선, 저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민중의 목소리를 곳곳에 퍼트리자”
강정 강동균회장, 용산 이원호사무국장, 쌍용 유흥희분회장이 각대표로 핸드프린팅을 했다.
세가지사건이지만 모두 하나로 통하는 투쟁.
이들의 연대.
제주출신 민중가수 최상돈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10여년전 여중생사건때 불렀던 노래 ...
“평화의 바람이 불겁니다”라며
“제주도에 불어라. 평화 바람아―”
“강정에서부터 불어간다. 서울 광화문까지―”
이어 “목포의 설~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빠트리지 않는다.
재능많은 가수들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신짜꽃밴(신나고 짜릿한 꽃밴드)의 공연이 벌어졌다.
대행진단과 함께 전국을 누빌 신짜꽃밴.
문정현신부가 즉석해서 공연에 합류했다.
신짜꽃밴의 <막아막아막아>, 역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흥겨운 공연이 끝나고 ‘길위의 신부’ 문정현신부의 마지막 결의발언이 시작됐다.
“구럼비야 사랑해. 구럼비야 사랑해. 구럼비야 사랑해...”
노래가락으로 운을 뗀 문정현신부는 저들을 향해 호통쳤다.
“용산,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도 어떻게 그렇게 뻔뻔스럽게... 1년을 같이 살았어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 끝무렵에 쌍용차사태가 벌어졌어요. 언론이 이 편입니까? 방금 TV조선에서 인터뷰하자고 전화왔어요. 어디 이런놈의 새끼들... 정치인이 우리 얘기 합니까? 나도 종교인입니다만은 어디 종교가 이얘기 하냐 이말이여! 노래도 좋고 춤도 좋지만 이판사판이여. 가다가 쓰러져 죽을망정 싸워야지. 손도장이 쇼여? 몸과 마음을 다 뿌리지 않으면, 용산, 강정, 쌍용이 똑같은 처지란 말이여. 아무도 안 도와줍니다. 우리가 자구책으로 살아야지. 이명박 임기 얼마 안남았지만, 하루라도 임기 못채우도록 우리가 끌어내립시다! 강정을 두고 떠나는게 심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몸짓이라도 중요합니다. 저항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저항해야 합니다. 이시점이 중요합니다. 흐지부지 넘어가면 미래는 없습니다!”
문신부의 가락이 이어졌다.
“강정아 너는 이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너는 부서지고 깨어져도 나는 잊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평화의 종이비행기를 기지사업단안으로 날렸다.
한개 종이비행기가 높은 정문위를 날아올라 넘어가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강정마을 살리세>, <바위처럼>, <강정마을 쫗아송>, <빠라빠바>, <강정스타일> 등 노래에 맞춰 모든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하나처럼 어울어졌다.
내일 10시 평화센터앞에서 집결하기로 하고, 모두 뒷풀이로.
나영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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