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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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아침을 먹으러 대화동성당내 식당으로 올라갔다.

문정현신부님이 보이자 기자는 문득 오늘 강정으로 떠나는 티파니와 조를 떠올렸다.

“파더(Father)” 곁으로 가 밥을 먹으라며 문신부님에게로 가라고 손짓했다.

머뭇거리는 둘의 손을 잡아끌어 문신부님을 마주보고 앉아 밥을 먹도록 했다.

물론 이들이 마지막으로 문신부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고 싶은 이유도 있다.

예상대로 신부님은 유창한 영어로 미국이나 코리아의 정세에 대한 한차례 해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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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는 흥미로운 듯이 이런저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다.

나중에 문신부님은 “안쓰니까 영어를 까먹었는데 같이 행진하면서 대화하다보니까 말이 터지더라구”라고 뽐낸다.

며칠후에 춘천에 다녀오며 들은 얘기지만 그는 94~95년 2년간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유학경험으로는 그것이 유일한데 그때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버리지 않고 여러번을 반복해서 읽고 외고 했다며.

당시 학교에서는 ‘모든 강의를 다 녹음해서 듣는 학생’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한박스나 되는 녹음한 테잎들을 다 버리고 지금은 없지만 그때 과제물 하나라도 놓칠까봐 여러번 반복해서 테잎을 들었다고 했다.

어디서든 문신부님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실시간으로 대행진소식을 트위터에 전하는데 실은 누굴 기다리거나 짬시간이 날때면 틈틈이 영어사전앱으로 영어공부를 한다.

아는 단어라도 찾아 예문을 외며 그 어휘의 쓰임새를 익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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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단은 조와 티파니와의 작별인사를 하고 대화동성당측에 고마움의 인사와 함께 기념사진촬영 후 마산으로 향했다.

조와 티파니는 15일정도까지 강정에 머무르다 서울로 가서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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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과 창원의 시민사회단체와 행진단은 태풍매미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창원진보연합 이명숙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봤다.

지역에서 준비한 플래카드의 명의는 2012생명평화대행진창원행사준비위원회였다.

대행진이 더 알려지면서 지역차원의 준비위가 결성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역의 단체들은 19만평의 마산만 매립계획인 ‘마산해양신도시건설사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본이 바다를 사영화하려는 거다.

물론 이미 마산만은 많은 부분이 매립돼 지도가 바뀌어 왔다.


기자회견후 행진중 들린 마산해양항만청앞.

“쪼개지 마!”

강동균회장이 행진단을 지켜보며 웃고 있는 항만청직원들을 향해 목소릴 높인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4.19혁명 직전 김주열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곳.

당시 민중의 힘을 분출시키게 된 바로 그 사건이다.

이를 기념하는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와 열린사회희망연대가 세운 철제 상징물이 있었지만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로 봤을 때는 왜소하기 그지없는 기념물이었다.

바로 앞에 들어서 있는 대한통운건물의 위용에 대비되는 모습에 참담한 심정마저 들었다.


행진단은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으로 이동해 점심식사와 함께 휴식을 보냈다.

기자는 행진단 소식을 듣고 참가한 안치현, 윤태우 학생과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경남대 학생들인데 토론소모임활동을 한다고 한다.

시민단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들 스스로 참가한 것인데 대행진단까페에서 일정표를 보고 알아서 찾아왔다 한다.

식사를 마치고 조별미션인 조사진찍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돗가에서 ‘연출된’ 문규현신부님네 조를 보고는 모두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2시경 창원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기다린다.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최희태조직1국장이다.

행진단은 정우상가 인근에서 홍보를 한후 다시 대림자동차-센트럴-쌍용자동차 공장을 차례로 거치며 원직복직 및 사측규탄 약식집회를 가졌다.

특히 대림자동차는 사측이 노조탄압을 위해 조합원, 간부들을 해고했다.

쌍용처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해고에 대해 노동자들은 항의해 싸워왔다 한다.

민주노총경남본부와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 참가자들이 속속 결합해 대열이 더 길어졌다.

발언자들은 “현장이 많이 힘들지만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다짐들을 한다.

생명평화대행진단이 각지역을 거쳐오며 이렇게 노동자들과, 특히 비정규직이나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은 의미깊은 일일 것이다.

노동자밀집지역인 창원이라고 하지만 조합원수가 적어 규탄집회를 제대로 못하거나 거대한 사측을 이기기엔 아직 힘이 많이 미약한 조건에서 지지방문, 연대집회 자체가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게 사실이다.

예고편이지만, 다음날 밀양 765kv송전탑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우리의 방문에 너무나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계룡대 해군본부앞 규탄집회에서 저들을 향해 불같이 호통치던 강동균회장도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 날이다.

그는 “강정과 밀양이 똑같다”며 포크레인, 헬기를 맨몸으로 막아낸 할머니들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글썽인다.

“행진을 하며 방문한 곳곳에 너무나 많은 아픔들을 보았다”는 말이 기자회견이나 집회, 문화제에서의 그의 연설 고정멘트가 돼 버릴 정도다.

행진단내에선 SKY뿐만아니라 이명박정부와 자본과 싸우고 있는 다양한 지역에서의 사안들에 대해 더 잘 알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뭔가 필요하다는 거다.

가령 보성농민회에서 주장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쌍용, 강정, 용산에서 출발했지만 여기에 비정규직, 핵발전소, 골프장 등이 더 합쳐져 행진단원들은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있다.

소중한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


창원에서 준비해 준 저녁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다시 정우상가앞 문화의 거리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이날 민주노동당 문성현전대표가 문재인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영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