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학생회관 과방과 동아리방을 없애겠다”
지난 8월1일 성신여대측은 학내학생공간부족과 낙후된 시설개선 등을 이유로 지금의 학생회관을 리모델링해 세미나실과 사물함을 설치하는 대신 현재 학생회관에 위치한 과방과 동아리방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측은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인 학생회관에 대하여 학생회와 동아리의 기득권을 보장할 이유가 없으며 동아리도 동아리짐을 사물함 혹은 일정한 공간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한 경우 세미나실을 대여해서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측은 단순히 8월부터 공사가 진행되며 30여개의 세미나실이 설치되고 최소 2학기내내 진행될 것이라고 공표했을 뿐 정확한 일정이나 설계도면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성신여대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는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학교의 의견에 반대하며 학교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학교내에 학생활동공간이 부족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을 당연하지만 학내자치공간인 동아리방과 과방을 없애서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은 부당하다면서 다른 대학들도 동아리방을 없애서 학생활동공간을 늘리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또 각동아리마다 특성이 뚜렷하여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30여개의 세미나실을 20개가 넘는 동아리와 30여개의 과, 100여개가 넘는 학회, 기타학생모임이 빌려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학생들을 위해 학생활동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리모델링을 계획했으나 동아리측이 독자공간을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발송해 학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다음아고라에서는 ‘성신여대 동아리방과 과방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져 있습니다’ 라는 이름의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8월6일 현재 8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서명운동은 12일까지 진행된다.
다음은 공동대책위가 다음아고라에 청원한 글이다.
성신여대
동아리방과 과방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져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학생회관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리모델링 이후 동아리방·과방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학교에서는 현재 동아리방과 과방을 모두 없애고 그 공간에 세미나실을 만들어 동아리와 각 학과에서 ‘대여’의 형식으로 사용하게 하려하고 있습니다. 동아리나 과의 모든 짐은 한 공간에 캐비넷을 두어 때마다 꺼내 쓰게 하겠다고 합니다.
명목은 “많은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이 필요하다” 스터디나 학회 활동 때 사용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학교에 지속적으로 스터디룸, 학회실 등을 요구해 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학생 자치 활동 공간인 동아리방·과방을 없애면서까지 추진되어야 할 일일까요? 저희 동아리연합회는 이 문제로 7월 20일, 7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학생처와 면담을 진행했으나 학생처에서는 지난 설문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학생 활동 공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라는 말만 반복하였습니다. 일반 학우들이 “학생 활동 공간을 늘려달라” 라고 한 것이 “동아리방·과방이 없어도 상관없으니 학생 활동 공간을 늘려달라”라고 한 것은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학교 측의 입장은 이러합니다.
1. 학생 활동 공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2. 학생회관이 노후하고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아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3. 학생회관은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4. 학교에서 정동아리들의 기득권을 보장할 이유가 없다.
저희 동아리 연합회의 입장은 이러합니다.
1.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실은 필요하다!
일반 학생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세미나실 조성에는 물론 동의합니다! 동아리 사람들도 동아리원이기 이전에 성신여대 학생이니까요. 그러나 기존에 이미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던 동아리방을 없애는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입니다.
2. 대학생의 로망, 동아리 활동이 죽는다!
동아리방을 대여하여 사용하게 할 시 동아리는 단체적이고 계획적인 활동만이 가능하게 되는데, 실제로 동아리 활동의 대부분은 회원의 개별적인 활동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연하는 동아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연습하는 게 동아리 활동이고, 종교 동아리는 쉬는 시간 짬짬이 가서 기도하고 경전을 읽는 게 동아리 활동입니다. 이러한 개별적인 활동 모두 동아리를 일구는 활발한 학생 활동인데, 동아리방을 대여하게 할 시 이러한 활동은 무시되며 조금도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3. 동아리 지원금도 못 받는데 동아리방도 빼앗는다고?!
현재 성신여대 26개 동아리들 모두는 학교로부터 한 푼의 동아리 지원금도 없이 활동해 왔습니다. 몇십만원에 달하는 밴드 장비, 산악 장비 등을 모두 동아리 회원들의 자비로 충당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맘 놓고 활동할 동아리방조차 없다면 학교는 어떻게 동아리 활동을 보장한다 할 것입니까?
4. 동아리방은 동아리 활동 그 자체!
동아리방에는 각 동아리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묻어있기 마련입니다. 밴드 동아리방에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모든 스피커, 드럼, 키보드 등이 비치되어있고, 종교 동아리방에는 기도하고 예배하기에 적합한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획일적인 세미나실에, 그것도 동아리 활동을 온전히 보장해주지 못하는 ‘대여’라는 형식을 주장하는 것은 동아리들만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에 불과합니다.
5. 학생회관에 동아리방이 없는 학교가 어디 있나!
동아리연합회에서는 동국대, 서울대, 연대, 명지대 등 서울 내 20개 대학에 문의해보았습니다. 학생 활동 공간을 늘리기 위해 동아리방을 없애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모이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면 모를까. 이제 곧 수시철입니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학교의 행태가 다음 해 들어올 신입생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요.
이상이 저희 동아리 연합회의 입장입니다.
저희 동아리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맞아 뭉쳐서 이겨내려고 온 힘을 다해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아리만의 힘으로는 학교는 너무 강하고 어려운 상대이기 때문에
학우여러분들의 관심은 저희의 가장 큰 힘입니다.
우리 학교의 일인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고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이 사실을 서로서로에게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