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작가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으로 시작한다.
공선옥작가에게 광주민중항쟁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5.18행사때 공선옥작가가 광주에서 강연을 했다는 소식을 일찍 알았더라면 강연을 통해 이 의문을 해소했거나 부족하면 질문이라도 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회문제에 관심있는 작가들의 소설중에 광주민중항쟁을 직·간접적인 배경으로 설정한 소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광주민중항쟁에서 보여준 민중의 힘과 그 학살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함을 항쟁정신에 맞게 소설속에 구현한 작가로 공선옥작가는 단연 돋보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해금을 중심으로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8명의 친구중 한명은 광주에서 군인의 총에 죽었고, 그 옆에 있던 친구가 정신을 놓고 자살한 순간. 18살 수선화 같이 아름다운 청춘들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해금과 그 친구들의 삶은 그 전과 같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밥먹고 숨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작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주변인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처음에는 슬픔과 상실감으로 시작해 잠시 후 죄책감의 긴 터널을 지나야 죽은 이를 마음속에서 잘 보낼 수 있다.
이 소설에서도 밥먹고 숨쉬는 일상자체가 죄책감이 되어 버리는 순간, 친구의 고통에 내가 함께 아파하지 않았다는 점이 죄스러운 예쁜 청춘들이 아픈 시간을 통과하며 어른이 되는 순간이 아련하고 가슴 아프게 잘 그려진다.
이렇게 아픈 시간을 거치면서 제각각 가난한 사랑을 하고 그 가난한 사랑에 또 아픈 시간이 흐르고.
청춘은 크건 작건 아파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렇게 살아 꿈틀대는 감정들 때문에 더욱 예쁘다는 것을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잘 그리고 있다.
그 아픔의 시간을 통과한 해금과 친구들의 행보는 제각각 변한다.
대학에 간 친구들은 노동운동과 민족해방운동에 투신하면서 살아가고, 다른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버스안내양이 되고, 열심히 노동을 하는 20대를 시작한다.
그리고 해금은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투쟁의 대열에 나서게 된다.
해금이는 아마도 맞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죽은 친구들을 봤을 지도 모른다.
무자비한 권력앞에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
그리고 그로 인해 겪었던 죄책감의 시간들이 떠올라 그녀들과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개인적 아픔이 사회적 고통과의 연대로 확대되는 순간, 그리고 이를 통해 어른이 되는 순간을 덤덤하게 그린다.
이렇게 어른이 된 아이들의 결말 또한 제각각이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승규의 죽음이다.
조직활동을 하다가 붙잡힌 승규는 군대로 끌려가 권총자살을 했다(고 군간부가 전한다.) 그런데 빨치산을 도왔다는 죄로 총맞고 죽은 승규의 할아버지와 군대에서 죽은 승규의 총구멍 위치가 같다는 점을 승규의 어머니가 한스럽게 이야기한다.
빨치산을 도운 죄로 총맞고 죽은 승규의 할아버지, 광주민중항쟁때 총맞고 죽은 친구들, 고문끝에 끌려간 군대에서 총맞고 죽은 승규.
나는 우리 현대사의 본질이 이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을 생생히 느끼고 함께 슬퍼했던, 감정이 생동해서 무덤덤할 수 없었던 청춘, 나는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픔과 사랑에, 슬픔과 죄책감에 무덤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선옥작가는 이런 청춘의 슬프고 예쁜 순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양고은(시사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