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가 부른 희생 - 〈십자로(Kreuzweg)〉
이번 영화제 시나리오부문 은곰상은 영화 <십자로>의 각본을 쓴 브뤼게만 오누이에게 수여됐다. 십자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시간, 수난과 고통을 기억하며 구원과 신비를 묵상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기도이며 고통의 길이다. 이 길은 예수가 사형선고받음을 묵상하는 첫번째십자로에서 시작하여, 예수가 무덤에 묻힘을 묵상하는 열네번째십자로에서 끝난다. 영화에서 이러한 그리스도의 십자로는 예수의 고난이 14살된 연약한 마리아의 마지막 삶이 투사되는 14개의 길로 구성된다.
영화에서 마리아는 성녀의 상투적인 모습에 시각적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 거의 웃지 않는 소녀는 부모와 세동생 그리고 오페어 메첸과 함께 딱딱한 일상을 보낸다. 마리아는 하나님을 철저히 믿고 모든 것을 그에게 맞추어 옳게 하려고 한다. 이 지상에서 그것은 그녀에게는 신부와 엄마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엄마의 무서운 반대로 학교친구 크리스찬의 교회성가대연습 초대에도 응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바흐의 찬송가도 있지만 가스펠과 쏠이라는 이른바, 사탄의 음악이 불러지기 때문이다. 그후, 그녀는 크리스챤을 멀리하고 체육시간에 팝음악이 나오자 수업을 거부한다.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놀림을 당하고 그녀의 심신은 점점 약해져간다. 차츰 마리아는 4살된 말 못하는 동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한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인물설정이다. 마리아의 엄마는 엄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를 설교하느라 자신의 딸을 안고 쓰다듬어주는 것을 잊는다. 그와 대조적으로 아버지는 자리에는 있으나 말이 없다. 그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풋내기 젊은 신부는 그녀의 희생에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교사한다. 그의 설익은 가르침은 병원에 누워 있는 마리아의 목에 무지하게 집어넣은 딱딱한 성체에 비할 수 있다. 의사는 종교에 대한 망상을 가진 마리아의 엄마와 대치하며 마리아가 스스로의 권리, 자유를 가질 것을 권한다. 이러한 구조안에서 마리아는 하느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비하고 세상을 떠난다.
베를린영화제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