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코리아국제포럼] '10대 미래와의 대화', 프랑스 철학교수 졍 살렘과의 만남
코리아의 10대는 다른 나라의 10대보다 고달프다. 자의든 타의든 하루12시간씩 책상앞에 앉아 오로지 공부만을 목표로 하는 삶은 강요받는다.
‘과연 그러한 삶이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16일 서대문근로자복지회관에서 프랑스 소르본대학 졍 살렘(Jean Salem) 교수와 함께 코리아의 청소년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4회 코리아국제포럼의 청소년부문행사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다른 가능성은 모두 배제한 채 10대의 모든 열정을 입시에만 쏟아야하는 현실에 대해 10대가 직접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소르본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졍 살렘 교수는 근대사상구조역사센터디렉터이자 21세기맑스컨퍼런스를 조직하고 있다.
그는 “서양의 대학에서도 맑스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21세기맑스에서는 서양의 학술적인 행사에서는 잘 논의되지 않는 아시아의 정치적, 지리적문제까지 다루고 있고 오래된 맑스가 아닌 새로움과 접하는 맑스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저서로는 「루크레티우스와 윤리학」, 「민주주의의 신화」, 「21세기의 스피노자」, 「생미셀거리의 철의 휘장: 세계의 포맷과 왜곡」등이 있으며 코리아에는 2009년에 「고대원자론(L’ Atomisme Antique)」이 출판된 바 있다.
강연은 졍 살렘 교수의 스스로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해 각가의 소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후 청소년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철학으로 이끈 아버지의 실천적인 삶
영국인인 그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여행을 하던중 알제리에 머무르게 됐다. 당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로 알제리안의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안에서 부유한 생활을 영유하던 반면 알제리인들은 처참한 환경속에서 프랑스인들의 차별과 학대를 받으며 살아야만 했다. 이런 모습을 본 그의 아버지는 공산주의자가 되어 알제리의 민족해방투쟁에 참가했다. 한편 알제리는 알제리전쟁(1954~1962)을 거쳐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졍 살렘 교수는 “아버지의 활동 때문에 핍박을 받았던 경험도 많았지만 이로 인해 죽음, 정치, 경제 등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됐고 이는 결국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청소년교육
그는 프랑스의 학교는 대부분 국립학교이며 비즈니스스쿨(경영전문대학원)을 제외한 모든 대학은 국립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위취득이 국립대학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공교육이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문명의 위기”라면서 “프랑스에서도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려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그 틀을 벗어나보려는 시도마저 포기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모습이 현재의 경제위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꿈이란 열정을 쏟을 존재를 찾아내는 과정
졍 살렘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사회에서 성장하다보면 자신의 꿈을 찾는 것보다 성공에 대하여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원래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에 열정을 쏟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때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계속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살아왔다. 2년 전에는 경제학학위도 받았고 지금도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쉬지 않고 있다며 배움은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강연을 들었던 서유진학생은 "코리아의 교육을 입시위주의 교육이나보니 교과과정에 포함된 철학의 경우에도 단순암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친구들은 철학공부를 하고 있으면 잘난 척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놀린다"며 오늘 강연을 듣고 "내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철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이 듣기에는 조금 어려운 내용도 포함돼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연에 집중했고, 강연이후에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활발한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다음은 청소년들이 살렘 교수에게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맑스가 뭔가?
=왜 사는가?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말릴 것 인가?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나?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들 중에서는 자살을 반대한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죽는 그날까지 자살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자살에 이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뿐만 아니라 행복도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에피쿠로스는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연구했다.
그는 죽음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철학자를 좋아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맑스를 좋아한다. 가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회의 정의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이론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맑스를 좋아하고 또한 존경한다.
=행복과 성공이란 같은 가치인가? -에피쿠로스는 직업적 행복도 행복이고 돈을 많이 벌고 편하게 사는 것도 행복이라고 말했다. 모든 행복이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복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오래 지속되는 행복도 있고 그보다 지속이 짧은 행복, 고통이 동반하는 행복도 있다고 말했다. 부자인 사람들이 마냥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돈이 많아도 마약을 하고 방황을 하는 등 돈에 관계없이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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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