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노동자들의 대우는 나아지질 않고, 심지어 우리와 함께해온 그들을 부당하게 내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만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살아야 했고, 세상은 ‘함께’ 사는 방법을 그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눈앞의 학교 노동자들과 ‘함께’, ‘사람답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철학14 최명훈 |
우리 친구 제이에게. 최저가 입찰제가 아닌 적정가 입찰제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학교가 계약을 주도하면 되는 거야. 시험기간이지만, 생각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뜻을 모아 이런 요구를 학교에 전달하자. 노문14 영규 |
[대학와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J에게] 안녕하세요 총장님. 총장님이 만든 RC를 처음으로 일년동안 이수한 1학년 양동민이라고 합니다. 잘 지내셨나요. 총장님이 잘 지내셨는지 어떤지 저는 도저히 알 길이 없네요. 당최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 딱 한번 최근에 오셔서는, 총장님 하고싶은 얘기만 하다 가셨지요. 요즘 계급장 떼고 얘기하는 게 유행이라길래, 저도 총장 대 대학생 말고, 계급장 떼고 한번 이야기해보렵니다. 총장님 최근에 오셔서 “여러분들은 nonRC와는 다른 DNA를 가지게 됬다”는 희대의 RC진화론을 남기고 가셨죠. 모르겠어요, 선배랑 밥 한번 먹거나 동아리 모임 갈 때마다 3시간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내느라 소음 견디는 능력은 좀 진화한 거 같긴 해요. 너무 안 좋은 얘기만 했네요. 사실 저 RC하면서 배운 거 많아요. RC교육이란게, ‘생활’ 속에서 배우는 교육이잖아요? 함께 살면서, 공동체라는 게 무엇인지 배우는 거잖아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전 함께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어요. 아침은 제대로 먹고 댕기냐며 감자를 쥐어주시던 A동 7층 미화노동자 강정순 여사님에게서, 언제나 “씨유~”로 맞아주시던 CU아저씨에게서, “많이 먹어요~”라며 눈웃음으로 절 맞아주시는 1긱 hotbowl 코너 급식노동자 아주머니에게서 전 많은 걸 배웠습니다. 매일매일 연세대학교를 움직이게 하는 이분들에게서, 전 연세대학교의 ‘섬김의 리더십’을, ‘공동체’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총장님한테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분들의 삶이 보이지 않나 봅니다. 당신에게 학내노동자분들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가 봅니다. 그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분들이 노동을 통해 학교의 구성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RC교육이 끝나가는 지금, 당신은 우리와 함께 살아온 학내노동자분들을 거리로 내몰려고 합니다. 현재 1, 2기숙사를 통틀어 72명의 청소, 경비, 행정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세안텍스라는 용역업체 소속입니다. 연세대학교가 직접고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말, 학교는 '72명을 50명으로 줄이겠다'는 조건을 내건 세안텍스와 다시 재계약을 맺으려고 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연세대학교는 학내노동자들의 생존권보다, 학내 재생산의 질보다, 회계 장부에 적히는 비용절감을 더 중요시하는 곳인가 봅니다. 현재 C동 열개 층을 두 청소노동자 분께서 도맡아 청소하고 계십니다. 국제캠퍼스의 노동인력은 부족하면 부족했지 결코 많은 편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원을 감축한다면 청소의 질은 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또 보안이 걱정되서 학생들에게 목걸이 착용을 강제하는 규칙마저 있는 마당에, 경비인력을 더 줄이겠다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비용절감이요? 누구를 위한 비용절감입니까? 학교는 한번도 의사결정을 할 때 교수와, 학생과, 학내노동자들과 의논한 적이 없습니다. 백양로엔 아무말도 없이 900억을 쏟아 부으면서, 학내노동자들을 위한 몇 억이 아까워서 그럽니까. 그 의사결정 과정에 당사자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한파주의보까지 발령된 이 추운 겨울에 계약 만료라는 쉬운 명목으로 실업자 만드는 게 연세대가 강조하는 '공동체 문화'입니까? 계약해지로 해고해버리고 ‘나몰라라’하는 그 하청, 용역, 도급 방식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가 목을 매었고, C&M 케이블 노동자가 전광판 위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하고있습니다. 이제 한국 노동자 중 절반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정부는 정규직마저 자르기 쉽게 만들려 합니다. 연세대학교는 이 야만적인 흐름에 동참하려는 것입니까? 저는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리고 연세대학교가 그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쌓아온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내길 바랍니다. 경제14 양동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