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만이 아니라 르몽드도 6일자에 ‘외국인들의 눈에는 독재자의 딸이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놀라워’ 보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AP·AFP·로이터통신도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 이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박근혜의 아버지인 박정희를 ‘독재자’가 아닌 무엇이라고 부르겠는가. 정확히 말해 ‘군사독재자(Millitary Dictator)’, 더 정확히 말해 ‘군사파시스트(Millitary Fascist)’라고 불러야 한다. 자연인이 아니라 정치인인 박근혜, 박정희의 유산을 물려받고 이를 필생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박근혜에게 ‘독재자의 딸’보다 더 본질적인 규정이 있겠는가. 같은 보수언론이라도 남코리아 조중동과 타임지·외신의 수준차이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캠프는 타임지와 르몽드 기사를 밴드왜건효과에 이용하려지만, 사실 이는 평가가 아니라 신랄한 조소고 비난이다. 외국인들에게 ‘독재자’란 여전히 정치후진국이고 ‘중세암흑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다름아닌 ‘독재자의 딸’이 유력한 대선후보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인도의 인디라 간디(네루의 딸)이나 미얀마의 아웅 산 수치,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는 다 독립영웅의 딸이거나 그 가문의 후예다. 얼마나 남코리아가 한심한 나라면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가 대통령이 되고 그 딸이 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겠는가. 박근혜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당장 후보를 사퇴해야 마땅하다.
박정희에게 독재는 과(過)고 경제성장은 공(功)이라고 한다. 이보다 심한 허구와 조작이 있을까. 박정희정권때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공해산업이 남으로 들어오고 남의 경제가 미·일에 2중으로 예속되고 그러면서 중화학공업만 일방적으로 비대해져 기형성도 비약적으로 심화됐다. 예속성과 기형성이 구조화되고 여기서 비롯된 체질화된 취약성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가 현재의 남코리아경제다. 정치는 민주화로 살릴 수 있지만 경제는 이른바 ‘민주화’로 절대 살릴 수 없다. ‘경제성장’으로 만들어진 예속·기형적인 시스템은 박정희의 공이 아니라 가장 큰 과다. 남코리아현대사의 가장 큰 재앙인 박정희, 그 ‘독재자의 딸’이 아버지처럼 하겠다는 거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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