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진보학생연대가 <인문학의 봄, 인문학으로 봄> 캠프를 통해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조교수를 만났다. 임교수는 <노동자의 삶,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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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외과가 아니라 직업환경의학과라고 하는 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작업환경의학은 직업병이나 산업재해와 관련된 질병을 다룬다. 나는 직업이나 환경 때문에 생기는 질병을 어떻게하면 예방할까에 관심이 많은 의사다. 

노동자란 무엇인가. 노동자란 일하는 사람이다. 노동자라고 하면 공장에서 일하거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이건희, 현대 정몽주의 아들이 아닌 이상 노동자로 살게 돼 있다. 노동자는 노동의 댓가로 돈을 받고 사는 사람이다. 


노동자와 정치는 떨어져있지 않다

곧 남북수뇌회담을 한다고 한다. 평화나 통일은 누가 이야기하는가. 정치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는 일이다. 평화가 아니면 전쟁이다. 통일이 아니면 분단이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다. 평화와 통일 다른 이야기 같지만, 노동자들의 삶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 삶이 곧 정치이다. 우리 삶이 정치와 과연 연결돼 있는가. 공부 못 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부모님의 말, 과연 진심일까. 

정치와 건강이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병의 원인은 병원균보다 작업환경

결핵예방주사를 맞아본 사람 있는가. 법정전염병은 태어나자마자 예방주사를 맞게 한다. 해외에 유학 가려고 하면 결핵예방주사를 맞았거나 결핵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결핵은 100명중 1명이 걸린다. 우리나라의 풍토병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고질병 중에 하나이다. 약을 밥먹듯이 먹어야하는 병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결핵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핵균이다. 결핵에 걸린 환자가 기침과 재채기를 했을 때 건강한 사람들이 결핵균이 든 공기를 흡입하면 감염된다. 항생제가 있어야 결핵균을 죽인다. 그렇다고 항생제를 마냥 먹으면 결핵이 예방이 될까. 질병의 원인은 결핵균인 것은 맞으나 결핵균만 있어서 결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1879년에 결핵을 처음 규명했다. 1860년부터 결핵은 있었다. 점점 줄어들고 1890년에 라는 결핵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테스트가 나왔다. 1930년 이라는 결핵백신이, 1940년 라는 결핵항생제가 나왔다. 

1880년대 산업화를 하면서 보건이나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1920년과 1940년대에 줄다가 다시 늘었는데 딱 그때가 세계대전때다. 1914년도와 1938년도 전쟁이 있었다. 

단순히 결핵균에 노출이 된다고해서 결핵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다. 밀집되어 있거나, 못 먹거나. 거듭 말하지만 결핵균이 원인인 것은 맞지만 결핵균 만으로 결핵이 생기지 않는다. 

결핵의 원인이 모두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엔 BCG를 안 맞거나 밀집되거나 결핵환경에 노출되거나 못먹거나 하는 이유로 결핵에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에이즈, 영양부족, 결핵환경에 노출이 원인이다. 

에이즈라는 병도 예전에는 에이즈에 걸리면 죽었지만 지금은 평생 약먹으면서 조절하고 살 수 있다. 에이즈 환자라도 약물관리가 잘 되는 사람과 잘 되지않는 사람이 있을텐데 어떤 사람이 약을 잘 먹고, 어떤 사람이 약을 못먹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미국은 민간의료보험 밖에 없다. 의료보험이 없으면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이 결핵균에 노출이 되면 병에 더 잘 걸린다. 


성별, 소득수준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여성과 남성 중 누가 더 건강한가. 생물학적으로 보면 여성이 5~6년 더 산다. 그렇다고 여성이 더 건강한 것인가. 여성과 남성 중에 누가 더 병원에 많이 가는가. 실제로 여성의 외래이용률이 더 많다. 우리나라같은 경우 여성의 평균수명이 더 길다. 예전에는 여성이 엄살이 심해서 병원을 자주 가고 그래서 오래 산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혹시 여성이 더 자주 아파서, 같은 병이 재발해서 병원을 가고 아픈채로 사는게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국가별 기대여명의 변화를 살펴보겠다. 평균기대수명과는 다르고 국가별로 이 나라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를 보는 도표이다. 짐바브웨, 남아공, 스와질랜드, 앙골라, 나이지리아 이런곳은 기대여명이 짧다. 기대여명이 짧다는 이야기는 젊어서 죽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여성들이 출산하다가 많이 죽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오래 살거나, 비슷해보인다. 

보건과 위생이 발달하면 전반적으로 생명이 길어지는데 특히 젊은 여성의 모자보건에 힘을 쓴다. 모성사망률을 낮추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모성사망률이 그 나라의 보건상태를 평가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경제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건이나 위생이 발달한 이유는 산업화 시대가 되면서 농촌인구가 도시로 밀집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지역은 여성이 더 오래 산다. 사고사같은 경우가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일본이나 미국을 보면 다시 차이가 줄어든다. 수명자체도 사회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없으니까 비슷해진다. 

대한민국의 경우 여성과 남성간의 기대여명은 세월이 감에 따라 변화해왔다. 70년대는 여성이 7년 더 길게 살았다. 8090년대 8년이상 차이나고 지금은 6년 차이 밖에 없다. 

소득수준에 따라서 건강수준의 차이도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의료보험, 의료보험으로 보험이 세가지 있다. 의료보험 안에는 직장의료보험, 지역의료보험, 일반의료보험이 있다. 그래서 소득수준의 격차에 따라 기대여명이 달라진다. 저소득층일수록 고도비만, 골관절염, 충치, 당뇨 같은 질병에 많이 걸린다. 

기대수명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더 높다. 그러나 건강수명이라는게 있다. 건강수명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별로 없다. 건강수명은 남성 65.2세, 여성 66.7세이고 기대수명은 남성 77.9세, 여성 84.6세이다. 결국 소득차이가 중요한 요인이다. 


법치국가에서 건강은 법이 지켜준다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 

100년전 광부는 일을 하려면 땅속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 내부는 공기가 잘 안 통한다. 그래서 환기구를 통해서 공기를 넣어줘야 한다. 그것이 안되니까 작은 새인 카나리아를 들고가서 카나리아가 죽으려고 짹짹거리면 나와야 했다. 광부의 건강과 생명을 지켰던 것이 카나리아였다. 

100년뒤인 지금,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가. 헌법 제1조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현대사회의 많은 나라들은 법치국가이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건강은 법이 지켜주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법이라는 법이 있다. 예를들면 길거리에서 담배 못피는 법이다. 따라서 법이 우리 건강을 지켜준다고 봐도 된다. 의료보험, 국민건강보호법 같은 각종 법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64년, 치료・보상・재활)과 산업안전보건법(1981년, 예방・보호・대비)이 있다. 그리고 의료보험,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고용보험(자의에 의해서의 퇴직이아닐 때 실업급여를 줌), 국민연금(퇴직후에 국가에서 주는 돈. 국민연금이 투자를 잘해서 수익을 내야하는데 국민연금이 손해를 감수하고 그렇게 이행함.) 이렇게 4대보험이 있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안전>은 사고나지 말라고 안전, <보건>은 건강하라고 보건이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법은 노동자들의 무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회사에서 <법대로 해라!>라고 하면서 싸우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산재보상보험법은 산재에 대해 치료받게 해달라고 하는 법이다. 


의료보험의 역사는 노동자의 투쟁의 역사

보험을 타려면 <직업병입니다.>하고 신청을 해야한다. 그것이 산재로 인정이 되면 산재보상을 받는 것이다. 80년대 초반에는 인정되는 직업병이 진폐증과 난청 밖에 없었다. 탄광에서 많이 생기는 병이었다. 90년대 이후 중금속, 유기용제 관련 질병도 인정받게됐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근골격계질환이나 뇌, 심질환, 과로사같은 것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연도별로 건강문제를 노동자들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대한민국역사를 겹쳐보면 80~90년으로 넘어갈 때 1987년 6월항쟁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1987년 6월항쟁만 기억하는데 그 이후에 789노동자대투쟁이 있었다. 6월항쟁 이후 민주화의 기운이 활발해졌을 때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이 활발하게 됐다. 권리화투쟁을 통해 산재나 직업병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갈 때는 IMF와 개혁정권의 등장이 있었다. IMF로 정권이 바뀌었다. IMF직전에는 노동법개악이 있었다. 노동자들이 뭉쳐서 날치기노동법을 반대하는 투쟁을 진행했다. 1997년초 였다. 그 힘으로 민주노총이 생긴 것이다. 

IMF터지면서 비정규직이 등장했다. IMF가 터지면서 경제위기라며 2~3년동안 계속 회사들이 쓰러져나가니까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 합의했다.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노동강도가 세졌다. 그로인해 과로사로 많이 죽었다. 민주노총에서 과로사도 산재로 인정하라는 산재인정투쟁을 했다. 그렇게 산재의 폭이 더 넓어졌다. 

예전에 진폐와 난청은 왜 인정해줬을까. 70~80년대에는 탄광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진폐증에 많이 걸리게 되는데 이때 인정을 안해주면 탄광에 노동자들이 일하러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해준 것이다. 

박정희때 1964년 산재보험법이 제정됐다. 전두환때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됐다. 이미 70년대에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는 체계가 서있던 북이 당시엔 더 잘 살았다. 나중에가서야 남에서 독일의 보험제도를 따와 산재보험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의료보험이다. 

원래 직장의료보험 밖에 없었다. 1212사태 이후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노동자들이 많이 들고 일어났다. 그렇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했다. 

난청은 치료방법이 없어서 보청기를 끼고 다녀야한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법안이 바뀌면서 이런 법들이 전면개정 됐다. 1987년도에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울산에서는 더 전쟁이었다. 중장비를 가지고 투쟁을 했다. 예전에는 주로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했는데 하도 사람들이 잡아가니까 여성들이 옷을 벗고 스크럼을 짜기도 했다. 주로 경인지역에 그런 투쟁들이 많았다. 

1987년 김성애산재재해자가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1987년 11월3일 화학약품에 의식을 잃고 기절, 뇌진탕으로 반신불구가 되어 치료를 받아오던 18살 소녀가 병원에서 투신자살했다. 산업재해 열사장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산재 직업병 문제에 대해 투쟁하게 됐다. 

그 일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다양한 문제에 연대하는 기반이 됐다. 1988년 5월 문송면이라는 온도계공장근무하는 15세소년이 수은중독되는 일이 있었다. 수은이 증기로 체내에 들어오면 병이 생긴다. 일본에서는 환경병 또는 이따이따이병이라고 한다. 사회단체에서 문송면을 민주화열사라고 인정해서 지금은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되어 있다. 

1988년 7월에는 산재환자 일곱명이 생기자 해부된 내용이 신문에 실렸다. 따라서 우리의 소리를 내는 신문사가 필요하다고 창간이 된 신문이 있었다. 최초의 가로쓰기, 한글전용 신문이 나왔다. 그게 한겨례신문이다. 

원진레이온회사에서 이황화탄소중독에 걸리고 직업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총940명이다. 그 중에 140명이 사망했다. 외국인노동자들도 노말헥산중독에 걸렸고, 여전히 아프다. 

삼성백혈병의 경우, 삼성의 캐치프레이즈가 <또 하나의 가족>이라 백혈병과 관련한 영화 제목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삼성에서 소송을 걸어서 <또 하나의 약속>이라고 했다고 한다. 황유미씨는 삼성입사 1년반만에 백혈병에 걸리고 발병 1년만에 사망했다. 산재로 인정받는데 8년 6개월이 걸렸다. 


정치를 바꾸려면 목소리를 내야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내 삶이 바뀐다. 정치는 어떻게 바뀌는가. 소리내서 요구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촛불항쟁 항쟁세대임. 박근혜 퇴진할 때 촛불을 안 들었다면 탄핵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투표는 잘했다. IMF가 터지자 김대중, 노무현에게 투표했고, 다시 먹고살기힘들다고 이명박 찍은거 아니겠나. 정치를 바꾸는건 투표 잘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게 아니다. 나의 요구와 주장을 만들어내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해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뀐다. 건강문제도 그렇도 삶도 그러하다. 

정치가 바뀌어야 내 삶이 바뀐다. 정치를 바꿔야 내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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