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이 지나고 찾아오는 따뜻한 계절 봄. 그래서인지 봄은 엄혹한 시련과 고난의 시기 끝에 희망찬 앞날이 도래하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기도한다. 자연의 봄은 저절로 오지만 사회의 봄은 결코 제발로 오지않는다. 그러나 자연의 봄이 그러하듯 사회의 봄도 결국 온다. 이는 필연적이며 합법칙적이다. 23년전 봄, 아직 찾아오지 않은 조국의 진정한 봄을 위해 양심적인 청년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노수석열사도 그 거리위에서 봄을 외치다 쓰러졌다.
연세대 법학과 95학번 노수석열사는 김영삼정권대선자금공개와 대학등록금인하를 외치다 백골단 토끼몰이식 진압으로 인해 1996년 3월29일 산화하셨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이남 역사상 첫번째 민주적선거를 통해 교체된 정권이라며 문민정부라고도 불렸지만 실상은 여전히 정치경제권력의 군홧발아래 민중들이 신음하던 혹독한 시절이었다. 억압이 있는곳엔 저항이 있는법. 노수석열사의 정신은 시대의 흐름이 되어 봄을 앞당기려는 청년학생들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9년 현재, 봄을 갈망하던 노수석열사의 정신이 또 한번 필요한 때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은 여전히 교육의 장벽을 만들어내고있고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청년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현실이다. 70여년 분단의 역사상 최고조로 달아오르던 평화의 분위기도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우여곡절을 겪고있고 자유한국당의원들의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왜곡모독 발언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에 누워계신 노수석 열사가 작금의 현실을 본다면 어떤말을 할지. 열사가 그리던 23년후의 봄과 현재의 모습에는 많은 괴리가 있어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전진해왔다. 언제나 우리힘으로 사회의 진전을 이뤄왔고 그 최전선에는 청년학생들이 서있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다시금 화합과 해방을 이뤄낼 때다. 그속에서 대학생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노수석열사로부터 배우는 열사정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연세대 학생회관에는 노수석열사의 사진이 걸려있다. 열사의 깊고 한맺힌 두눈은 후배들에게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것 같아보인다. 죽음의 순간까지 부르짖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다시금 열사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본다. 지금 우리에겐 봄이 왔는가.
연세대특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