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어려서부터 자립심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길가를 걸어가다 어린 아이들이 넘어져도 절대 그 부모들은 일으켜주지 않는다. 서너살 된 애들인데도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지켜볼 뿐이다. 이렇게 자란 청소년들 또한 스스로 알아서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자식을 둔 부모의 속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겠는가. 부모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고, 사춘기 시절에 이탈되지 않고 충실히 공부하여 장래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옛날 ‘맹모삼천지교’라고 자식을 위해서 이사를 세번이나 가는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필자도 자식을 셋이나 둔 부모이다. 딸이 대학입학 조건인 아비튜어(고등학교 졸업시험)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필자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걱정을 하면서도 이리저리 딸의 모습을 살피며 혹시나 내가 너무 잔소리를 하지는 않는지 오히려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대학진학에 대해 고민을 하던 딸이 얼마 전에 학업실습병행제도(Dual Studium)을 신청하겠다고 하였다. 

 

대학교육과정인 학업실습병행제도(DUAL STUDIUM)가 요즘 독일 청소년들에게 한창 인기다. 이것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있는 회사에도 지원하여 학업과 실습을 병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적용되는 전공과목으로는 기계나 전기 등의 기술, 경영, 경제학, 정보학, 사회학 등 주로 현장실습과 탐구를 요구하는 과가 주를 이룬다.

 

70년대 바덴-뷰텐베르그주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가 실시되었으나 당시에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가 지금은 전 독일로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신청자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합격하기가 쉽지 않아서 고등학교 졸업성적이 상위권에 들어야 한다. 이렇게 인기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과정은 이론과 실습을 겸비하기 때문에 대학졸업 후 취직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대학을 갓 졸업해서 입사하는 새내기 사원들보다 회사에 적응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동료들과의 유대관계도 이미 형성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선호한다.

 

원하기만 하면 계속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진로선택의 폭도 넓다. 게다가 회사에서 학업을 위한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독일은 대학 수업료가 무료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생활비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서 최소한 월 700~800유로가 필요한데 이렇게 학교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 일정 정도의 보수를 회사측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할 수 있다.

 

딸이 아비튜어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여기저기 약 40여 기업체에 원서를 제출하고 입사시험과 면접을 마친 후에 드디어 지멘스 회사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그 아이가 너무나도 대견해 보였다. 노조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딸이 회사내부의 노동조합 제안으로 금속노조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알게 되어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고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금속노조의 탄탄한 영향력으로 노조위원이 되면  자동적으로 7학기(3년반) 뒤에 학업이 끝난 후에는 취업이 보장된다. 회사와의 계약서를 벌써 받아놓고 있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걱정도 없다. 이거야 말로 일석삼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해 한국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때문에 촛불시위가 한창이었으며 반값등록금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지만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가? 등록금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필요한 생활비와 용돈이 얼마나 필요한가. 한국의 부모들은 평생을 자식교육을 위해서 희생해 오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이 20대중반이 지나서도 자립을 하지 못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난이 심각해서 대학생들의 고민이 크고, 반면에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가 없어서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기업과 정부가 함께 연구하여 독일의 학업실습병행제도(Dual Studium)를 한국에서도 제도화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박성예(전민주노동당유럽당원모임위원장, 6.15공동선언유럽지역위원회사무국장)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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