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에 구조조정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경쟁력강화를 위해 학과통·폐합, 캠퍼스이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교내·외 갈등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2011년 구조개혁중점추진국립대학으로 지정됐던 강원도강릉원주대는 최근 일부학과 이전·통폐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학생, 교수, 지역사회 등 안팎으로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대학측은 강릉캠퍼스공과대학을 신소재에너지대학(가칭)으로 변경하고 전기공학과, 산업정보경영학과, 토목공학과를 원주로 이전해 원주캠퍼스를 공학전공캠퍼스로 특성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교수와 시민단체들이 ‘공과대학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인재육성기조에 반하는 일’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지역시민단체들은 “공과대학 이전은 지역국립대의 설립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마그네슘산업단지 조성,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지정 등에 따른 지역산업인력수요증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 역시 “캠퍼스간 학과이전과 같은 중대한 사안이 학생들의 의견수렴 없이 결정돼선 안된다”고 반발하며 구조조정안재검토, 학기중공청회 개최, 구조조정관련문건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학측은 구조조정안을 수정해 다시 공청회를 열고 28일 교무회의에서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립대 역시 취업률이 낮은 자동차과와 산업디자인과를 없애고 관광과는 6개월 폐과를 유보하는 내용의 ‘학과 구조조정 및 201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안’을 확정했지만 해당학과 교수들과 학생회가 밤샘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강릉원주대의 한 관계자는 “이미 ‘부실대학’낙인이 찍힌 대학들로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이라며 “대학생존권확보를 위해서는 구성원반발을 무릎쓰고라도 교과부의 컨설팅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학과와 교수협의회 쪽은 “폐과관련한 해당 교수 및 이해당사자들과 합의 없이 정원조정 회의가 열렸고, 교수회에서 심의하지 않은 사안을 교무위원회가 의결하는 등 학칙도 어겼다”며 발발했고 한동준 강원도립대 교수협의회장은 “이번 폐과 결정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대학을 경영한다면 대학 장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학과구조조정에 대한 반대가 극심한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다수 지방대학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경남창원대학교는 이미 지난해 7월 학사구조개편을 단행했다.
노동대학원과 그린에너지대학원을 없애 대학원을 8개에서 6개로 줄였고, 메카트로닉스공학부는 신소재공학부와 합쳐 메카트로닉스융합대학으로 확대했다.
‘비특성화학과홀대’,‘절차상 하자’ 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결국 올해 3월 신학기부터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광주조선대도 현행 83개 학과를 60여개로 통폐합하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안을 오는 4월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구조개혁안이 단행되면 연간 70여억원이 절감돼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해 총장 선거를 두고 내홍을 겪은 조선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계획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의 진통이 예상된다.
경기대 또한 학교재정안정화와 경쟁력 강화 및 취업률 재고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예고한 상태이다.
최근 9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기언 전 경기대 교수회장은 “중복학과 통·폐합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특수대학원도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방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보다 충원율과 취업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지방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부실 경영보다는 수도권 집중화와 대학 서열화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의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대학들의 자구책도 근본적 해결책은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