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성은 유럽을 뒤흔든 모든 사건의피해자가 되어 왔으며, 지금은 그 무게로 무너져 내렸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빅토르 위고는 철저히 부르주아의 입장에서만 이 하이델베르크 성을 바라본 것이다. 이 성을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과거 봉건제의 상징이다. 성에서 보이는 발코니는 온 마을이 보이는 지배적인 위치에 자리해있다. 이 위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의 지주와 소작농들의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거 노동자들은 착취당했다. 하이델베르크성 안에 있는 포도주통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부르주아계급은 부를 쌓다못해 흘러넘치게 소유했던 반면 노동계급들은 포도주를 생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자신들의 생산물을 쟁취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하이델베르크 성은 과거의 웅장함을 겨우 짐작해 볼 수 있을만큼 부식되었다. 봉건제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해 나가면서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속도에 따라 과거의 영광도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시대의 발전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과거의 유물들은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하이델베르크 성은 언젠간 흔적만 남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시간이 지나면 소멸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맡기기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착취를 당하고 있다.
자본주의 자체의 무게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결된 민중의 힘으로 그 속도를 당겨와야 한다는 것을 하이델베르크성의 발코니에서 다시금 느낀다.
이인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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