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총장에게서 MB가 보인다
카이스트교수협(교수협의회)은 8일 개교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며 서남표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교수협소속 교수들은 이날 본관을 향해 행진하면서 “서남표 총장은 독선적 학교운영, 구성원간 분열조장, KAIST 위상추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고 외치고, “특허관련 경찰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서총장이 15일까지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학교행정에 협조를 거부하고 더 강력한 총장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서총장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남코리아계 미국인인 서남표총장은 미MIT대 교수직을 은퇴한 후, 2006년 카이스트총장에 부임하면서부터 ‘카이스트의 개혁’을 외치며 강력한 ‘서남표식개혁’을 실시했다. △교수평가강화 △100%영어수업제 △징벌적 등록금제 등 강력한 경쟁위주의 정책을 추진했으나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결정적으로 2011년 4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총장은 '징벌적 수업료제도’와 ‘전과목영어수업제도’를 폐지,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총장은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있은 후에도 "미국 명문대는 자살률 더 높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4월에 또 카이스트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카이스트개교 40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이명박대통령(청와대)
서총장의 ‘개혁’정책에 이외에도 명예박사제도 남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7명 전·현직 이사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점 △한국창조과학회라는 기독교성향의 단체를 설립한 한동대 김영길총장에게 학위를 수여한 점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점 등 명예박사학위 수여의 적절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허문제와 관련해 학내 교수들과 공방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교수협은 △서총장이 2009년 9월3일부터 지난 1월17일까지 해당 특허의 발명인 역할을 하며 PCT 국제특허를 출원한 것 △특허의 발명자가 서총장으로 변경된 것 △총장측이 P교수(원 발명인)를 허위사실과 부적절한 말로 공격한 것 등 3가지 학교본부의 행위를 지적하며 서총장의 특허도용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서총장은 4명의 교수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2008년 11월에는 '카이스트 서남표총장 및 학교의 횡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카이스트학생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카이스트판 미네르바사건'이라며 인터넷에 회자됐다.
2011년 9월 교수협은 서총장이 학교발전의 장애물이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즉각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10월에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도 서총장이 특허의혹을 제기한 교수 4명을 고소한 이후 16개학과의 교수들이 총장의 용퇴를 촉구했으나 서총장은 ‘소신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민형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