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블룸즈베리에 위치해 있는 초대형박물관 영국박물관에 다녀왔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세계3대박물관 중 하나라니 압도적인 건물크기에서부터 그 위엄을 느낄수 있었다. 1759년 개장했을 때만 해도 자그마한 건물이었다는데 쉴새없이 본토로 들어오는 전리품과 약탈품을 감당할수가 없어서 점점 규모를 키우다보니 이렇게까지 커졌다고 한다. 소장품은 무려 800만여점에 달한다. 이집트 로제타스톤, 람세스2세의 흉상, 그리스의 엘긴 대리석, 아시리아의 날개달린 황소 등이 대표적이다.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긴 시간을 거치며 창조된 걸작들이 즐비해 있으니 하루종일 봐도 시간이 부족했다. 

볼맛은 나는데 어딘가 씁쓸하다. 사람들은 <런던박물관에 유일한 영국제는 입구에 서있는 수위 한사람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꽤 많은 소장품들이 <엘기니즘>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강대국이 약소국의 문화재를 불법 도굴하거나 약탈한다는 의미다. 약탈의 상징인 엘긴가문에서 딴 말인데, 19세기초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상단외벽을 장식하던 조각을 마음대로 떼어내 가져간 일과 관련된다. 엘긴가문 백작 토마스부르스는 당시 유행에 따라 스코틀랜드에 그리스의 건축과 조각을 모티브로 한 대저택을 짓고 있었다고 한다. 제국주의자들이 인류의 재산을 어떤 관점에서 대하는지 단번에 이해시켜주는 사건이다. 

개관당시 한공간에 전세계를 모아서 보이겠다는 계획에 영국의 오만함이 비껴있다. 한마디로 영국박물관은 식민유물의 공동묘지다. 무료개방은 공공성을 명분으로 하지만 그냥 도둑질을 많이 해서 그런거다. 둘러보다보면 <정말 많이도 훔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보물을 빼앗긴 과거 식민지나라 사람들은 <우리는 육체만 있을 뿐이다. 영국인이 우리의 영혼을 갖고 있다>고 성토하며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지만 영국은 그간의 문화재관리명목 등을 내세우면서 <돌려주면 우리만큼 잘 보존할수 있겠느냐>고 답한다. 강도의 적반하장이다. 최근에 2000점이나 도난당한건 어떻게 설명하려나.

추가로 많은 사람들이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원어인 British Museum 그 어디에도 <대(大)>라는 의미는 찾아볼수 없다. <대영>은 식민지배의 언어적 잔재로 구시대적 유물일뿐이다. 제국주의는 식민지를 통치할 때 사대의식을 민중속에 깊이 침투시킨다. 문화적 예속은 사람들의 저항의식을 마비시키는데서 위력한 수단이다. 큰 나라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사람들의 정신을 와해시키면 총 한발 쏘지 않고도 그 나라를 무너뜨릴수 있다는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타산이었다. 이제는 몰락해버린 <대영>이지만 여전히 <대영>이 익숙하다면 사대주의를 넘어 노예근성의 발로이자 뿌리깊은 관성이 아닐까. 더군다나 직접적으로 제국주의의 침략과 약탈을 경험했던 나라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면 꽤 우스울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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