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부산국제영화제는 윤재호감독의 <뷰티풀데이즈>를 개막작으로 선택했다. 이 영화는 탈북여성의 고되고 힘겨운 삶을 그린 영화다. 이나영의 6년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제 너무 흔해져 버렸다. 윤재호감독 또한 전에 이미 <마담B>라는 영화로 탈북여성을 묘사한 적 있다. 그런데 왜 윤재호감독은 다시 같은 소재의 영화를 선보였는가? 영화 <뷰티풀데이즈>는 <탈북자>보다는 <엄마>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아들의 시선으로 탈북여성, 그리고 엄마의 삶을 표현하며 우리와는 조금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듭된 가족형성과정에서의 갈등, 고난, 애환, 화해를 그렸다 

<뷰티풀데이즈> 인물들의 삶은 전혀 뷰티풀하지 않다. 극 중 이나영의 아들 젠첸은 어렸을 때 엄마에게 버려진 삶을 살아야 했고, 엄마인 이나영은 가족들을 떠나야만 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인물들은 각자의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러가지 갈등이 발생하는데 주로 진실의 부재로 인해 나타난다. 영화에서 젠첸은 엄마를 보러 한국에 갔지만 엄마는 생각했던 것만큼 잘 살고 있지 않았다. 더 잘 살고 싶어서 가족을 버리고 떠난 것이라 생각했던 젠첸은 못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엄마는 젠첸을 알아보지도 못하며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건조하고 덤덤하게 대한다. 엄마를 향한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엄마에게 욕까지 하는 젠첸이지만 엄마는 화내지 않는다. 오해를 풀지 않고 진실을 숨긴채 서로를 대한다. 

엄마의 사랑은 선명해 보이지 않는다. 젠첸 또한 엄마가 준 공책을 보기 전까지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식탁 위 된장찌개처럼 엄마의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영화 속 엄마는 모든 고난과 슬픔을 인내하고 침묵하며, 극 중 대사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가족을 위해서다. 그게 가족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사랑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조용히 뒤에서 지켜볼 뿐이다. 놀랍게도 이 모든것을 알게된 후에는 전에는 더럽고 추악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깨끗하고 온전하게 보이게 된다. 그리곤 그것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가족은 저절로 형성되는게 아니다. 가족구성원의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엄마가 어색한 젠첸과 아들이 어색한 엄마(이나영)는 가족이 와해되고 난 후 생겨난 오해와 진실의 부재로 갈등을 겪는다. 다시 가족이 되는 데에는 노력과 이해가 필요했다. 개막작에는 영화제의 메시지가 포함된다. 2018년 남북은 한해동안 3차에 달하는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한때는 가족이었던 남북관계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반도 종전선언이 논의되고 있고 교류와 대화를 통해 화합의 단계로 돌입하는 추세다. 지금으로써는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언젠간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한식탁에 둘러앉아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을 아름다운 날들을 기대한다.

공주대 김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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