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접하기는 어렵다. 필리핀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필리핀의 문화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한 락바얀은 특이하게도 GV로 시작했는데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은 식민지와 군부독재의 역사가 존재하는 나라로, 코리아와 매우 닮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필리핀의 세 감독들이 필리핀의 역사를 영화로 담아낸 작품이다. 필리핀의 역사를 한번에 이해하는데는 이만한 자료가 없을 것이다.

첫 섹션인 <부정한>에서는 흑백영화의 형태로 진행된다. 미·일본군이 주둔했던 한 섬에서 죽음의 상징인 검은 말을 발견하고 서로를 죽이려 드는 모습을 통해 2차대전의 후과가 아직 치유되지 않은 필리핀의 과거를 픽션적 속성으로 표현했다.

두번째, 포커스 아웃은 다큐멘터리를 찍는 촬영기사가 불법으로 빼앗긴 땅을 되찾기위해 투쟁하는 농민들을 찍어내며 촬영기사 자신도 그들에게 동화되는 내용으로 제국주의 치하 식민지의 상황을 표현한다. 호세 멘도사라는 촬영기사의 이름은 감독의 이름인 멘도사와 필리핀의 독립운동가인 호세 리잘의 이름을 합쳐 식민지필리핀을 대변하고 있고,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은 발라로보스라는 이름의 기업은 필리핀을 점령한 스페인의 탐험가이다. 포커스 아웃은 겉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농민들의 투쟁을 카메라로 찍어내던 호세가 그들과 함께하며 감화되고 촬영기사로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아픔을 위로하기까지 발전하는 내용을 보여주지만 영화속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필리핀역사에 큰 영향을 준 것들로 설정해 필리핀농민의 현실과 제국주의에 대항해 싸워나가고있는 필리핀민중들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냈다.

세번째인 <카분얀의 스케치>는 픽션적이고 비유적인 앞의 두 섹션들과 다르게 질문과 답이 확실하게 드러나있다. 감독의 아들인 카분얀이 북부에서 남부까지 차로 이동하며 자신의 빛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북부에서 남부까지의 여정 중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과거 자신이 살았던 공동체적이었던 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찾아다니던 빛은 주인공의 아들들이 살아갈, 즉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형태로 그 빛을 여정의 끝인 민다나오에서 발견한다. 카분얀의 여정은 자신이 살았던 공동체사회가 맞는 모습이었다는것을 확신하고 더 발전한 형태의 공동체사회를 찾는 여정인 것이다. 이는 감독이 직접 영화 내에선 한 말인<빛은 저기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라는 말로 확신할 수 있다.

영화는 세 섹션을 통틀어서 여행이라는 주제로 필리핀의 역사를 드러내고있다. 돈을 벌기위해서 섬 반대로 넘어가는 여행이든, 땅을 되찾기 위해 마닐라의 마라카냥궁까지 행진하는 여행이든, 빛을 찾기 위한 필리핀 북부에서 남부로의 여행이든간에 모두들 필리핀의 역사를 담고 있다. 필리핀 민중들이 보기에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총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영화였을 것이다. 락바얀을 만든 세 감독들 덕분에 관객도 그들의 시선으로 락바얀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가올 새세기를 맞이하는 필리핀 민중들의 자세는 이미 갖춰져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가. 현재 코리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필리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할 뿐만 아니라 필리핀 민중이 아닌 다른 나라의 민중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현세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독이 말했듯 답은 이미 여러분의 안에 있을 것이다.

21세기대학뉴스
이인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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