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는 사막・산간지대다. 끝나지 않는 지평선과 유유히 흘러다니는 구름들, 오후5시가 되면 옅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이 아름답다. 바위산들은 북쪽으로 갈수록 황갈빛을 띄고, 남쪽으로 갈수록 풀끼가 감돈다. 캘리포니아주하면 산불뉴스가 빈번하기로 익숙한데 그래서 나무들의 키가 작다. 네바다주에서는 서부영화하면 카우보이와 함께 떠오르는 회전초도 보인다. 바람도 그만큼 많이 분다. 도시와 도시사이를 이동하려면 적어도 두시간, 길면 열시간이 넘는데 미서부를 처음 방문한 자동차여행자라면 아름다운 풍경에 힘든 줄 모르게 된다. 넓고 넓은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편도1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저 멀리 반가운 불빛이 피어난다.

라스베가스,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도시라고 믿기지 않는다. 갑작스레 대도시가 펼쳐진다. 지평선과 맑은 하늘이나 바위산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무수한 하이스트 영화들의 배경이 되어서 종종 라스베가스가 사막도시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스베가스 스트립>에는 미서부에서는 흔치 않은 마천루들이 있고, 호수같은 분수대를 끼고 있는 호텔이 두어개도 아니고 스트립을 비롯한 도시 전체를 이루고 있다. 성처럼 꾸민 호텔 외관과 그에 맞게 단장한 길거리의 모든 부분들이 전세계 어느곳보다 더 화려하다. 라스베가스에는 물과 빛이 흘러넘친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정도 규모의 도시가 건설・유지되려면 얼마의 돈이 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숙박비용이 싸다. 누구나 쉽게, 오래 머물면서 도박 많이 하시라는 도시의 의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로 인생역전에 성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탕진한 이들의 돈이 라스베가스에 묶여 흐르고 있단 사실 하난 확실하다. 

라스베가스는 처음엔 간이역이었다. 로스앤젤레스와 솔트레이크시티를 잇는 기찻길 중간에 있었다. 몇 개의 숙박업소와 카지노가 전부였다. 단촐한 간이마을이 지금의 라스베가스가 된 데에는 뜻밖에도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한몫했다. 1929년 경제공황이 세계를 덮쳤을 때 미국에는 그것을 해결해보려는 대통령이 둘 있었다. 허버트 후버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1928년부터 미대통령을 지낸 허버트 후버는 취임1년만에 대공황을 겪은 탓에 미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데, 뉴딜정책으로 유명한 루즈벨트와 경제정책에서 궤를 같이 했다. 케인즈주의로써 증세복지, 보호무역, 큰정부를 지향했다. 후버댐 건축과 같은 토목공사로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신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걷었다. 그 후버댐이 완공돼서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이 라스베가스에 몰려들 때, 연방정부와 네바다주정부가 시행한 이혼법・도박법이 마피아까지 불러들였다. 숙박・도박업으로 마피아자본도 돈을 벌고, 정부도 돈을 벌었다.  

여전히 이혼이 쉽고 도박이 자유로우며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무는 도시다. 사실 네바다의 라스베가스뿐만 아니라 인근의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그리고 대부분의 미주가 세금을 많이 걷는다. 생수병 하나에도 세금이 붙어있다. 증세복지란 허상이다. 물과 빛이 흐르며 화려한 라스베가스는 허상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소비되고 있는가. 몸과 마음을 탕진한 인생들이 저지르는 환락, 퇴폐와 중범죄로 얼룩졌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세금으로 재미를 본 정부는 라스베가스의 탈선과 낭비를 눈 감았다. 증세복지에 증세는 있으나 복지는 없다. 왜 그렇겠는가. 1930년대 루즈벨트는 걷은 세금으로 전쟁에 뛰어들었다. <큰정부>는 민중생활을 책임지지 않는다. 국방예산 천조라고 해서 <천조국> 미국의 예산은 그냥 마련되는 것이 아니나 미국민중은 주택・의료・교육 중 어느것도 보장받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라스베가스에 미정부의 본질이 비껴있다. 

이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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