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독재를 무너뜨린 젊은 혁명의 진행형 - 〈광장(Al midan)〉
과연 진정한 자유와 정의를 부르는, 이 시대의 혁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승리할 수 있는가? 예를 쉽사리 찾기 힘들다면 카이로광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베를린날레 포럼부문 출품작인 제한 노우자임(Jehane Noujaim) 감독의 기록영화 <광장> 에서 우리는 민중의 긍정의 힘으로 이루어 낸 이 시대 혁명의 단상을 목격할 수 있다.
미국계이집트인 감독이 2011년에서 2013년까지 2년간 촬영한 이 기록영화의 중심에는 세 주요인물 아메드 하싼, 칼리드 압달라, 마디 아샤우어가 있다. 제각기 상이한 환경과 출신과 전혀 상관없이 같은 것이 있다면 그들이 바라는 단 하나의 목표이다. '이집트의 자유', '자유로운 이집트'. 이들은 모두 열린 자세, 비형식성으로 정부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체제행동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지나간 과거운동세대들의 상징이고 희망이다.
자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 그들의 자유는 30년된 이집트 군사독재정권과 그 다음 혁명을 배신하고 정권을 장악한 무슬림형제단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아메드 하싼(Ahmed Hassan)은 8살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청년노동자다. 그는 광장의 학생들, 아이들, 노동자들과 함께 먹고 나누며, 기쁨과 자유, 재생의 힘이 녹아있는 순수한 언어로 그들에게 친절하고 거침없이 혁명에 동참하기를 호소한다. 칼리드 압달라(Khalid Abdalla)는 그와 상대적으로 몇세대에 걸쳐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한 인텔리, 특권적인 중산층가족의 출신이다. 가장 비극적인 인물은 마디 아샤우어(Mady Ashour)로, 그는 무바라크(Mubarak)대통령 집권시절 무슬림형제단이라는 이유로 체포되고 고문당한 적이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10년이 넘는 긴 기간동안 가장 큰 야당이다. 그리고 그는 타히르광장에서 2011년 1월 당시 아메드와 칼리드의 친구들안에서 동맹하기로 한다.
타히르광장의 촛불 비폭력평화시위에도 무참하게 무력으로 대응한 이집트군사독재정권의, 전쟁을 불사하는 민중억압으로 인하여 민중들의 수많은 희생이 따랐다. 그중 피를 흘린 아들의 죽음을 돌연듯 지켜봐야 했던, 한 힘없고 말을 잃은 아버지의 그 눈물 맺힌 눈과 어안이 벙벙함은 유난히도 또렷이 가슴속에 남는다.
분노, 이상, 희망,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적인 열망으로 단결한 민중의 힘과 끈기의 결과로, 이집트국민들이 원치 않았던 두개의 정권은 모두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도 그들은 혁명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큰 피를 불러야만 했던 힘든 저항은 끝이 났지만, 혁명의 불씨는 아직도 살아있고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타히르광장이 독재정권에 저항한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것처럼, 남코리아 서울의 서울광장도 날이 갈수록 박근혜정권의 파쇼적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로 점점 가득 차고 있다. 불의에 맞서 행동하는 양심들이 있기에 정의로운 새세상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지않겠는가.
선댄스 등 다른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 이 영화는 이번 베를린날레에서 국제인권단체에서 주는 5000유로 기부금과 함께 비공식상을 수여받았다. 용기와 희생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최근 몇년간 보기 힘들었던 작품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베를린영화제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