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요즘 아침에 학교에서 개설한 토익강좌를 듣고 있다. 과제니 약속이니 늦게 자는 버릇이 든 A에게는 강좌시간에 늦지 않게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기숙사를 나섰다. 어제는 일찍 일어났지만 아침을 기다리는 줄도 길고 기숙사에서 강의를 들으러 이동하는 시간을 계산하니 지각할 것 같아서 그냥 식당을 지나쳤다. 이번 주에 아침을 챙겨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A가 특별히 게으르기 때문에 밥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늦게 일어나거나 혹은 아침에 일찍 나가야 되기 때문에 아침을 못 먹는 날이 먹는 날 보다 많고, 저녁은 더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조별모임 등 저녁약속이 있으면 저녁도 기숙사에서 먹지 못한다. 그런데도 먹지도 않은 식사비는 꼬박 꼬박 내야 한다. 기숙사비에 이미 식대가 포함된 의무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의 불만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기숙사 의무식에 대한 발언이 나온 상황이다. 37개의 국립대중 28개의 대학이 기숙사비에 식사에 포함되어 있는 의무식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숙사에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식권가격까지 포함된 기숙사비를 내야 한다며 이는 식권을 강매하는 수준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다.


얼마전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12월부터 성균관대 기숙사(봉룡학사)가 학생들에게 2500원짜리 구내식당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한 것은 위법한 거래강제행위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므로 이에 대하여 자진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성균관대는 이번 2학기부터 의무식 제도를 폐지하고 학생이 원하는 대로 식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측에서 의무식을 주장하는 이유로 드는 것 중에 하나는 기숙사비에 포함되는 의무식제도를 포기하면 식사의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결국 좀 더 비싼 돈에 식사를 먹어야 하므로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선 먹지도 않는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받는 것보다 필요할 때만 구매해서 먹는 게 더 합리적이다.


기숙사에 산다고 해서 꼭 기숙사에서만 밥을 먹으라는 법은 없다. 의무식을 포기한 대가로 식사가격이 소폭 오른다고는 하더라도 밖에서 사먹는 식사보다 저렴할 것이다. 가격이 싸다는 말은 식사를 모두 챙겨먹었을 때 가능한 수치다. 매끼 2500원 하는 식사를 열 번에 두 번 정도 먹었다고 한다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절대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이중으로 밥값을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면 학교측 입장에 동의할 수 없게 된다.


이민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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