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계략> 
 
이탈리아 지방도시 타라에 마냐니2세가 기차를 타고 찾아온다. 반파쇼투쟁중 암살당한 아버지 마냐니의 동상이 세워진 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려서다. 아버지의 정부와 세친구들을 만나 대화하며 암살자를 추적하던 아들은 마침내 그 내막을 알아낸다. 아버지와 세친구들은 무솔리니암살을 준비하다가 아버지의 제보로 실패하게 되고 아버지가 파쇼에 의해 암살되는 것처럼 자작극을 만든 것이다. 아들은 기념식에서 연설을 한 후 마을을 떠나려 하는데 기차의 연착과 철로의 이상으로 떠날수 없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아버지를 죽인 자가 파쇼라고 추정되다가 아버지의 제보에 분노한 세친구와 아버지가 만든 역공작이었다는 반전에 아버지가 세친구와 마을사람들, 후대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희생이었다는 반전의반전이 이어진다. 영웅에서 반영웅을 거쳐 다시 영웅이 되는 긍정-부정-부정의부정의 변증법이다. 파쇼에 의해 희생된 레시스텐자영웅에서 역공작으로 세상을 속인 반영웅이 됐다가 파시즘에 빠져드는 대중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결심한 우리시대 영웅중의영웅의 이야기다. <계략>보다는 부정적 어감이 덜한 <책략>이 더 맞아보이는 이유다.  
 
<68혁명>의 좌절직후 이탈리아공산당원출신 연출가 베르톨루치는 이탈리아인들속에 뿌리깊이 박힌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다. 거미는 줄을 치고 인내하며 기다리다가 먹이감이 걸려들면 놓치지 않는다. 아버지는 젊은혈기로 무모하게 폭탄투척을 모의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들도 살리고 마을사람들이 파시즘을 증오하게 만드는 비상한 책략을 세워 이를 희생적으로 실행한다. 파쇼와의 투쟁은 곧 파시즘과의 사상전이다. 결정적인 시기가 오기전까지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최대한 인내하며 민심을 현혹하는 파시즘과 책략있게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바쳐야 한다면 과감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영웅, 혁명가의 모습이다.  
 
비록 마을사람들을 속인 죄책감으로 외디푸스처럼 동상의 눈이 멀지만 아들이 기념식에서 아버지를 <전체인 하나>로 격조있게 표현하듯이 역사와 후대는 공정히 평가할 것이다. 2차대전과 <68혁명>이라는 절호의 계기를 놓친 후, 혁명가에게 인내와 책략, 희생 이상의 덕목이 있겠는가. 그리고 파쇼와의 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은 떠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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