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주광장에 시간강사에 대한 강의료 인상과 교원지위 회복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위해 설치된 텐트와 현수막을 누군가 고의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9일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고려대분회’와 ‘시간강사대책회의(고려대시간강사들의투쟁을지지하는학생대책회의)’가 함께 농성중인 텐트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는 신고를 접수받아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시간강사인 김영곤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고려대분회장(65)과 아내 김동애씨(67)는 지난 2012년 2월 ‘시간강사시급인상’과 ‘상대평가강의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위해 텐트와 현수막을 본관앞에 설치했다.
이에 2013년 1월 고려대측에서 법원에 농성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김분회장은 고려대본관 가시거리에서 텐트를 치우라는 법원판결에 따라 같은 해 3월 텐트를 민주광장으로 옮겨 농성을 이어왔다.
그런데 지난 17일 텐트를 밤새 비워둔 사이 텐트와 내부집기가 훼손되고 텐트옆에 설치된 현수막일부가 도려내진 것이 등교하던 학생에 의해 발견됐다.
이날 김분회장부부는 조선대에서 13년간 시간강사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정민박사의 유가족이 조선대와 지도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첫 재판에 참여하기위해 광주로 떠나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분회장은 이번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주변CCTV를 확인하는 한편 현장에서 훼손된 유인물과 대자보 등을 수거해 분석작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고려대총학생회는 ‘폭력을 통한 의사표현을 반대한다’며 ‘안녕들하십니까를 시작으로 학내에서 글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선두주자가 된 고려대학교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보다 아쉽게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학교가 시간강사선생님들의 요구를 묵살해왔기에 이번 사건이 있었다고도 생각된다’며 ‘학교는 진정성을 갖고 시간강사선생님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회의를 시작해주시기를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촉구했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