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시작된 ‘정보원(국가정보원)불법대선개입’ 촛불이 연일 거리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대학생들이 처음으로 시작한 촛불문화제에서 600여명의 시민들과 학생들이 모였고, 이후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1만, 2만, 5만으로 그 불빛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곳에 “국정원은 키보드워리어였다. 민영화 등 우리 사회에 풀어내야 할 문제들을 한데 모아 더 큰 촛불로 모이자”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대학생이 있다. 21세기대학뉴스는 노동자연대학생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효영(이화여대정치외교학10)학생을 만나봤다. |
- 현재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한국사회 여러운동들에 연대하고 참가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학내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여러 정책들의 문제점들을 폭로·분석·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신문인 <레프트21>을 발행하고, 이것을 통해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합니다. 그리고 최근 잘 알려진 KTX민영화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국영사업들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알리는 선전전과 더불어 철도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합니다.
또 상반기에 단연 중요했던 활동은 역시 국정원촛불이었어요. 서울대에서 시국선언을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이대에서도 긴급했지만 민주동문회분들과 총학생회와 함께 빠르게 시국선언을 추진했고, 그것에 우리그룹도 동참해 시국선언을 진행했어요. 이후 학내에서 신문 등을 통해 ‘왜 박근혜정부가 국정원사태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가’ 등을 알리는 활동들을 했어요.
- 어떻게 이런 활동들을 시작하게 됐는지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가 2008년이었는데 당시 '광우병촛불'이 있었어요. 사실 그전까지 저는 좀 보수적이었어요. 그런데 2008년 촛불이 시작되고 굉장히 시끄러웠는데 촛불이 점점 커지니까 같은 반 아이들중 절반이상이 집회에 나가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 이상하고 나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친구와 함께 집회에 갔어요. 마침 그때가 100만촛불이었죠. 가보니까 그곳에는 애인끼리 온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티비를 통해 본 것과는 달랐어요. 그리고 그날 집회중 행진을 하는데 촛불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길이 막혀있는데도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그후 시험의 압력이 커서 많이 관심을 갖지 못했어요. 당시 올림픽이 있었는데 그때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한 사건을 우연히 접하고 깜짝 놀랐어요. 한쪽에서는 올림픽이 한창인데 한쪽에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거죠. 또 이런 사건은 올림픽에 가려 잘 보도도 되지 않고 ‘심지어 나는 공부하느라 이런 사건들과 아예 단절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어렴풋이 ‘내가 지금은 이렇게 지내지만 대학에 가면 정의로운 일을 해보자’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에 오자마자 이런 곳들을 찾아다니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 대학생들과 교수들, 종교계까지 시국선언을 하고 연일 촛불이 이어지고 있는데 현시국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우리 단체가 12월19일 당선이후에 대선결과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했는데, 그때 이야기가 됐던 것이 박근혜대통령이 몇가지 요인 때문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중 하나는 경제위기로 인한 박근혜정부의 위기였어요. 지금 경제위기는 세계적 경제위기고 이것을 일국에서 타개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이에 정부가 재벌퍼주기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것으로 인해 박근혜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의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또 복지를 이야기했지만 지지기반이 대기업총수들이기 때문에 복지공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실제 그렇게 됐죠. 최근에는 그 당시 했던 분석들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이번에 터진 시국선언이 국정원이 댓글을 달았던 것에서 촉발된 것인데, 사실 이 문제는 대선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요. 박근혜정부 처음부터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어왔는데 이 쟁점이 답답할 정도로 뜨지 않다가 갑자기 6월달에 촉발된거죠.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불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상반기에 한반도불안정이 심각했는데 박근혜대통령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이야기했지만 실제는 불신프로세스, 한미동맹무한신뢰프로세스를 보여줬고, 복지공약 먹튀하고,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부패인사들이 주요직책에 등용되는 등 이런 여러가지 것들이 박근혜당선으로 자신감이 없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저 정부는 도대체 뭔가’라고 생각하게 하고, 이것에 맞서 싸울 자신감을 줬던 것 같아요.
원래 별장게이트 등 비리들이 많았는데 검찰이 다 넘어가려고 했고, 국정원문제까지 불거지니까 말하자면 ‘쌩까면 안될 정도’의 위기가 오게 된 거죠. 그래서 검찰이 수사를 했고 그중 일부가 드러나니까 이 틈새로 사람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발언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유린문제 이면에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 국정원불법대선개입과 관한 일들이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지
저는 촛불이 더 많이 모여야한다고 생각해요. 정부초기에 이런 촛불들이 모인 것이 기본적으로 박근혜정부가 하려는 민영화같은 것들을 막을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근혜정부가 얼마전 증세를 이야기했다가 철회하기도 했잖아요. 이런 것도 촛불이 모이고 이를 통해 정부를 압박한 결과라고 봐요.
한편 지금 문제가 국정조사에만 한정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국정조사가 잘되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에 한정하지 않고 촛불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거리에 촛불이 더 커져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한데 모아내야 해요. 국정원뿐 아니라 박근혜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이 결합됐기에 얼마전에도 5만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모였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박근혜정부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진주의료원, 쌍용자동차, 현대차 등)이 연단에서 발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해줬어요. 이런 쟁점들이 모두 결합됐을 때 이 투쟁이 더 전진할 수 있습니다.
2008년도 그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당시 광우병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미친교육'반대, 대학생들의 등록금투쟁이 같이 결합됐고, 민영화반대도 같이 이야기했는데 이명박이 5년내내 민영화를 완수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부분이 컸기 때문이라고 봐요. 모든 것이 결합됐을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학교에서 준비하고 있는 활동들이 있다면
개학하면 조금더 활발하게 학내에서 활동을 하게 될 거에요. 개학하고 나면 이런 쟁점에 관해서 학생들에게 알리는 선전전을 할 수 있을 거고 토론회 같은 것도 구체적으로 구상해 보진 않았지만 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현재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가 예전에 본 책 중에『21세기의 혁명』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거기에 “사람들이 다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자각할 때 무관심은 정반대로 세계변혁에 대한 헌신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구절이 있어요. 무관심과 불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말인데, 어떤 사람들은 시민들이나 학우들이 관심이 없다며 활동중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이 진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 사회에 무언가를 한다고 바뀌겠어’라는 생각이나 불만은 있지만 나에게 힘이 없다는 좌절에서 온다고 봐요.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나의 고민이 너의 고민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에 매몰돼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속에서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그런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그것들이 경쟁이 아닌 같이 연대하고 우리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에 맞서 함께 저항하는 것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자본주의사회는 다른 사회와 다르다. 이 사회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그들의 삶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어요.
대학생들이 지금은 끊임없는 경쟁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올라가 취업을 하기 하고, 그런데도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데 이후에는 회사에 들어가서 노동조합에 들어가 투쟁을 하는 경우도 있고, 청소노동자 어머니들도 사실 평생 그분들이 그렇게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텐데 현장에서 투쟁하고 계시잖아요. 이건 사회가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들이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게 하는 것 같아요. 일생을 길게 보면 우리는 지금 당장은 고립돼서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같이 연대하고 저항하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많은 세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함께 동참하게 된다면 그때라도 그런 곳에서 함께 만나고 함께 싸워나갔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사회에 살다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실상 굉장히 많은 것들을 사람이 하고 있는데요. 마트에 가면 모든 게 놓여있잖아요. 그냥 보면 이런 것들을 사람이 만들어냈다는 것이 안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들이 사람이 손대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렇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은폐되고 잘 보이지 않아요. 저도 이 사회를 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고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역사가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제가 활동을 하면서 다시 되돌아보니 모든 것들이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더라고요. ‘역사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연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투쟁과 연대가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을 깨닫는 순간 나의 역할이 뚜렷하게 보였어요. ‘내가 역사 속에서 무언가 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칼 맑스는 “철학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세상을 이야기해왔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이 말은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에요. 사람들이 모여 논쟁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운동이 전진하거나 멈추거나 후퇴하기도 하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이에요. 그냥 터무니 없는 낙관이 아니라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은 개선하면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낙관이에요. 그래서 운동이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자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