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픽쳐스에서 제작한 영화〈천안함프로젝트〉가 개봉 이틀만인 7일 메가박스측의 갑작스러운 상영중단통보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함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발생한 해군초계함 PPC-772천안이 백령도해상에서 침몰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발표한 '북한어뢰폭침에 의한 공격이 원인'이라는 보고서에 대한 의문점을 모아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해 천안함사건 당시 해군장교와 희생자유족 등 5명이 작품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개봉하루전날인 4일 기각되면서, 5일 메가박스를 포함한 전국 33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그러나 메가박스가 ‘일부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간 현장충돌이 예상되어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대며 개봉 이틀째인 7일 돌연 전면상영중단을 제작사에 통보했다.
영화인들은 9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천안함프로젝트>의 상영중단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메가박스에서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압력으로 상영을 중단한 점에 대해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를 '한국영화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는 제작자인 정지영감독과 연출자백승우감독을 비롯해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12개 영화인단체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천안함프로젝트’재상영을 위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히고 △메가박스측에 상영중단을 요구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할 것 △수사당국이 해당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것 △한국영화발전이 위축되지않도록 해당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천안함프로젝트>재상영에 최선의 행정력을 발휘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준익감독은 “<천안함프로젝트>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12세이상 관람가 등급조건으로 정상적인 상영관에서 개봉하여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는 와중에 특정단체압력으로 상영이 중단됐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영화감독들이 앞으로 영화를 기획하거나 찍을 때 ‘눈치를 보고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면서 찍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건”이라고 일침했다.
한편 메가박스가 상영을 중단하면서 개봉 하루만에 다양성영화순위 1위를 차지했던 <천안함프로젝트>는 4위로 하락했지만, 몇 안되는 상영관에 관객이 몰리면서 서울지역 상영관들에 매진이 속출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배급사 아우라픽쳐스는 공동체상영등을 활용해서라도 관객과의 만남을 늘리고, 대체상영관확보와 장기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문화다양성포럼의 성명서전문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정녕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가?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을 규탄하며 -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 유수의 멀티플렉스 상영관 메가박스는 "상영을 중단하라는 보수단체의 협박이 일반 관객들에게 안전상의 위협을 준다"는 이유로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돌연 중단하였다. 관객들의 폭넓은 관심과 성원 속에 흥행가도를 달리던 영화가 정치적 외압으로 인해 상영 중단되는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대한 사건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이른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소재로 진실과 소통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대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태도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태도만큼이나 일방적이고 억압적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상영관에 걸리기까지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이라는 해프닝을 겪었고, 사법부의 기각 결정으로 이제 막 관객을 만나기 시작하자마자, 상영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실과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 영화 한 편을 놓고, 진실과 소통이 질식된 생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외압에 의해 영화 상영을 중단시키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야만적인 처사이다. 21세기 지금, 대한민국의 시계는 정녕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이 엄중한 사태를 맞이하여,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며 관계 부처에 요구한다.
사법부를 포함한 관계 부처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중단시킨 외압의 실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배후는 있는 것인지 즉각적인 진상 조사를 통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 전원을 의법 조치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상영관인 메가박스 측에도 즉각적인 상영재개를 촉구한다. 만약 영화 상영으로 인해 메가박스 측에 위해와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민주주주의를 원하는 우리 시민들이 메가박스를 함께 지켜주실 것임을 믿는다. 이번 일은 결코 유야무야 넘길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진실과 예술을 어떻게 대접하는 사회인지, 대한민국 사회의 품격과 민주주의의 수준은 어떠한지 가늠하는 기준이다. 백주대낮에 상영 중인 영화를 정치적인 이유로 상영 중단시키는 행태가 용인된다면, OECD 가입국으로 세계 경제 9위 대한민국은 야만적인 사회라는 것을 스스로 국제사회에 고백하는 망신이 될 것이다. 나아가 만에 하나 관계 당국이 진실을 외면하고 억압을 정당화하려할 경우 문화예술 및 시민사회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13년 9월 7일 문화다양성포럼 |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