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바츨라프하벨의 작품〈탄원서〉가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표현갤러리 요기가'에서 하루 2회차씩 총6번의 극을 올렸다.
▲ '표현갤러리 요기가' 앞 프린지데스크
이 작품을 준비한 프로젝트그룹‘사람들’은 ‘연극과 공연예술을 사랑하며, 하벨의 <탄원서>를 위해 탄력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탄원서>는 정원이 딸린 집에서 마당을 가꾸며 글을 쓰는 ‘스따넥’과 반체제극작가 ‘바넥’, 두 주인공이 나와서 펼치는 2인극이다.
스따넥은 경찰에 잡혀간 딸의 남자친구 ‘야부렉’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묻기위해 바넥을 집으로 초대한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스따넥이 야부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바넥은 반가워하며 ‘탄원서’ 한장을 꺼내든다. 그리고 스따넥에게 탄원서에 서명해주기를 부탁한다.
그러나 갑자기 스따넥은 당황해하면서 자신이 탄원서에 서명할 경우에 생기는 일과 서명하지 않았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서명을 주저한다.
그리고는 "안타깝네"라는 한마디를 전하며 바넥에게 탄원서를 돌려준다.
스따넥은 그가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바넥이 생각할 평가를 비아냥거리 듯 내뱉고 “자네가 나보다 ‘도덕적 우월하다’는 것에 빠져 있을테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며 바넥을 비난한다.
서로 감정이 격해진 찰라에 전화가 오고, 야부넥이 풀려나 딸을 데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오면서 극은 끝난다.
▲ 스따넥역의 전규일님(왼쪽)와 바넥역의 홍성헌님(오른쪽)
이 극은 ‘탄원서’ 한장에 서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드러나는 ‘지식인의 변명’ ‘자기고백’을 이야기한다.
딸의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바넥을 초대했지만, 막상 자기가 부탁하려던 일이 진행중이었고 그 탄원서에 자신의 서명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스따넥은 당황한다.
서명을 거절하면서도 바넥을 비난하며 그들이 타인보다 ‘도덕적 우월감’에 우쭐댈테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극의 초반부에 그들에게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체제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스따넥 표현으로 ‘반체제인사’)의 활동을 특별한 것이라고 치켜세운 것도, 야부렉을 위한 활동을 부탁하려고 했던 것도 모두 스따넥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스따넥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모순을 관객들은 눈치챌 수밖에 없다.
자신 역시 서명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스따넥은 바넥이 야부렉을 위한 탄원서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했다. 그리고 바넥의 친구들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면 돕고싶다고 후원금을 전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서명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담보해야 할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거절하는 스따넥에 모습에서 지식인들의 모순을 볼 수 있다.
<탄원서>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라는 글을 쓰고, 남들에게 일깨워주고, 또 그들을 위해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인’들이 결국 자신이 행동해야할 때, 자신들이 나서야할 때가 다가왔을 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모순을 명확히 보여준다.
극중에 '사람들은 ‘반체제인사’와 엮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나쁜 일이 생기면 그들과 거리를 두려하지만, 자연히 자신이 어려움에 처하면 그들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어쩌면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을 한번에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은 야부렉을 경찰에 잡혀가게 만들었던 곡, ‘경찰에게 구속된 펭귄’이다.
(<탄원서>리플렛에는 다음 곡이 실려 있었다)
경찰에게 구속된 펭귄
여기는 삼십일도 너무 뜨거뜨거뜨거뜨거워
지나가는 경찰차를 붙잡고서 나는 물었네
“너무더워요 너무뜨거워요 어쩜이래요 좀 살려줘요 다시보내줘요 시원한 내고향이 너무그리워”
경찰차 싸이렌만 깜빡이며
“공무집행방해마라 네 갈 길이나 가라”
경찰차 무서운 싸이렌만 깜빡이며
“마지막 경고한다 네 자리로 돌아가라”
아-아아아- 워-우워우예 워-우워우 워-우워우 워-우워우예
여름날 경찰차에 아기펭귄타고가네
여름날 경찰차에 아기펭귄은 수갑차고 싸이렌울리며 달려가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