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이제는 밖으로 꺼내 함께 이야기해요!”


요즘 대학 내 총여학생회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실제 서울시립대는 6월 전학대회를 통해 총여학생회가 폐지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외치며 힘찬 활동을 펼쳐나가는 한양대의 총여학생회 ‘밀담’이 있다. 21세기대학뉴스에서는 ‘여성주의’를 이야기하는 한양대총여학생회‘밀담’의 김다예(파이낸스경영10)총여학생회장, 이슬기(교육10)부총여학생회장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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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학생회장(왼쪽, 이하 총), 부총여학생회장(오른쪽, 이하 부)
 
- 한양대총여학생회 ‘밀담’에 대해
총- 밀담은 ‘몰래하는 이야기’를 뜻합니다. 사적인 이야기들,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이제는 밖으로 꺼내 함께 이야기하자는거죠. 또 ‘밀’의 한자의미 중 ‘자세히 살피다’라는 뜻도 있어서, 타인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살핀다는 목표에 맞는 이름이 될 수 있어요.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총여학생회가 해결하고 싶다

- ‘밀담’의 주요공약
총- 공약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생리대자판기입니다. 한양대 내 30개가 넘는 건물이 있지만, 생리대자판기는 8건물에 10개정도밖에 없고 운영조차 안돼 더 큰 문제입니다.  학교위치상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직접준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총여학생회에서는 각건물에 1대, 수요에 따라서는 2대 이상의 생리대자판기 설치를 요청중에 있어요.
 
부- 이야기방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 초에 언어성폭력을 주제로 학생들이 일상속에서 들었던 말들중 언어성폭력이라고 느꼈던 일들을 함께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개인이 느끼기에는 언어성폭력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입밖으로 꺼내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변분위기 때문에 말하기 힘들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방을 통해 나누면 좋겠습니다.
 
총- 선본시작부터 개설된 언어성폭력 신고창고를 통해 강의 같은 공적인 시간, 교수와 학생간의 권력관계에서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총여학생회가 대표로 나서서 해결하고 싶습니다.


총여학생회가 없다면,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
총학의 산하기구가 되면 사실상 어떤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

- 총여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각양각색입니다. 한편으로는 총여학생회의 위기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가 되는데, 총여학생회의 역할과 필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주세요.
 
총- 총여학생회의 필요에 대한 질문이나 ‘역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지니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성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학내 복지에 대한 인식 역시 주로 야식배부, 백신접종할인, 토익토플 등 학습기회할인 등 위주다 보니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진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들이 다수입니다. 이것이 ‘복지’가 되다보니 개념자체가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이라는 집단으로서 차별받는 것들이 존재하고 집단이 아닌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차별, 여성으로써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부분에 대한 이해와 필요가 분명 다른데 같은 수준의 복지를 시행해서 그것이 과연 동등한 복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총학생회가 총여학생회의 역할이 축소됐을 때 과연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부- 총여학생회 대표자가 되기 전에 ‘월담’과 ‘한양대여성주의아카이브’ 등을 다양한 활동을 했었습니다.
 
사실 한양대에서 9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여성위원회가 총여학생회대신 운영된 적이 있었는데 2003년 총학에서 여성위원회에게 ‘여성위원회는 총학생회산하기구이기 때문에 위원장을 총학에서 임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원래 활동을 하고 있던 학생들을 다 나가라고 했어요. 만일 여성위원회가 학생들이 직접뽑은 대표기구였다면 이렇게 하지 못 했겠죠. 결국 여성위원회를 하던 학생들은 총여학생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총여학생회가 다시 생겼습니다.
 
이런 예를 통해 총여학생회가 총학의 산하기구가 되면 사실상 어떤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 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학생회와 학교라는 측면에서 볼 때 더 많은 대표기구가 있음으로써 학교로부터 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하기가 더 수월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총학에서 진행한다면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렵겠다 싶은 것들도 있습니다.


가부장적·남성주의적·성별이분법적 사회가 불편한 사람들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여성복지로만 경계짓는 것은 딜레마

- 총여학생회 ‘밀담’은 여성복지를 위한 활동 뿐 아니라 여성자치활동, 성소수자모임 등을 지원하는 등 인권관련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신 것이 인상적인데 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총- 성소수자관련 연대에 대한 질문은 많이 받습니다. 이답변을 위해서는 ‘여성주의’에 대해 이야기해야겠어요. 여성주의는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 남성주의사회, 성별이분법적사회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총여학생회가 성소수자모임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활동들을 함께 하려고합니다.
 
또 학내에서 어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함께 인식하고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불어 여성으로 문화를 공유하는 자치활동, 언어성폭력창구, 성소수자모임에 공간을 대여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 사실 여성복지로만 경계를 짓는 것은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가령 우리는 생물학적 남성·여성을 갈라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성소수자나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찾아내 나눈다하고 선출이 됐는데 활동하는 과정과 방식자체는 회칙상 생물학적 성별로 나누어져있어 활동에 한계가 지어집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모순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복지뿐 아니라 여성주의 자치활동, 성소수자모임도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


문제제기를 하면 오히려 민감한 사람이되는데 그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 교수와 학생사이, 학생과 학생사이 성폭력에 관련한 일들이 종종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일들에 대한 ‘밀담’의 생각과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총-  학생들은 강의라는 공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문제점을 하기 힘듭니다. 교수님과의 권력관계도 분명 존재하구요. 교수님의 농담에 다 웃고 있을 때 오히려 ‘나만 예민한건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생깁니다. 

‘여자는 시집만 잘가면 되겠지’라는 학내에 현수막이 있는데 이건 실제 교수님이 강의도중 한 이야기에요. 교수님들은 농담 혹은 수업분위기전환으로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런 부분들이 성차별,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오히려 민감한 사람이되고, 학우들사이에서도 공감대를 얻기가 힘들 때도 있는데 그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언어성폭력창구를 홍보하는 것이 학생들의 인식전환부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강의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성폭력에 관한 항목을 따로 추가·반영해 강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강의평가제도의 도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건 단순히 교수님개인의 문제가 아닌 수업내에서 성폭력이나 성차별적인 수업환경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크고 작은 차별에 맞서고 인식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쪽에 힘을 실을 수 밖에 없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 마지막으로 ‘밀담’의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21세기대학뉴스를 보는 많은 여대생 혹은 대학생들을 위해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부- 여러가지주제를 통해 이야기방을 통해 숨겨진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려고 합니다. 이번 주제는 언어성폭력이고 다음은 생리나 일상 속 군대식문화, 성소수자 이야기 등 일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누는겁니다. 

여학생휴게실에 대해 개방시간, 카드출입 등의 개선, 생리대자판기문제와 여성주의 도서목록을 만들고 추천도서를 선정해 학우들에게 알리는 활동도 할 예정입니다.
 
총- 이건 정말 중요한데요. 자궁경부암백신접종을 학교에서 진행하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남성의 책임도 있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낙태나 임신 등 자궁경부암이나 성적관계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문화가 있는데 여성바이러스의 감염대부분은 남성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산술적으로도 다수의 여성보다 남성이 접종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구요. 그래서 성관계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을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그리고 남학우들의 건강을 위해 남성이 접종을 받도록 홍보하고 있어요.
 
여학우로 학교를 다니면서 크고 작은 차별에 맞서고 차별을 당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런 것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 사회적으로 ‘개인이 노력해야한다’식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가 있어요. 소수자나 약자의 경우에는 사회전체적으로 불균형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다보니까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려는 여성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차별의 시소가’ 이미 기울어져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려면 당연히 한쪽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는데 이걸 역차별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유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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