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못한 일에 눈 감는다면 방송할 자격 없어”
파업 110일을 넘긴 MBC라디오 손한서PD 인터뷰
파업중인 MBC라디오PD들이 ‘라디오학개론’이라는 이름의 캠퍼스투어에 나섰다. ‘라디오학개론’을 기획한 손한서PD에게 MBC파업과 라디오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회사입맛에 맞는 사람 출연시키는 ‘소셜테이너법’ 사규상 존재”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힘 없는 보통사람들”
- MBC노조파업이 100일을 넘겼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왜 100일이 넘게 파업을 계속 하고 있는 지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잘 알겠지만 뉴스데스크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PD수첩은 정부가 법적인 소송까지 하면서 많은 탄압을 당했습니다. 최근에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시사프로그램에 출현하는 진행자나 게스트를 회사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채우겠다는 일명 ‘소셜테이너법’이 시행이 되었고, 이 법은 여전히 사규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MBC카메라를 보면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언론탄압의 앞잡이로 나선 MBC김재철사장을 몰아내는 끝장파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힘 없는 보통사람들이 되니, 공영방송MBC의 구성원들은 최후의 수단인 파업으로 맞서게 됐습니다.
시사프로그램을 하지 않는 김태호PD같은 예능PD나 드라마PD, 아나운서, 기술, 경영파트 직원들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고, KBS, YTN, 연합뉴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MBC노동조합공식홈페이지 www.saveourmbc.com에 그동안 파업중 있었던 일과 앞으로 파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노동문제를 경제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말라?'
'선거방송을 4시부터 하게되면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올라가니 그렇게 하지 말라?'
- “작년에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를 연출하면서 유성기업의 파업사태와 주야 2교대의 문제점 등을 다뤘다가 연출을 못하는 부서로 쫓겨난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 MBC의 상황이 어떤가요?
지난 개편때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유성기업문제를 다룰 당시 라디오본부장은 직접 담당PD인 저를 불러 “노동문제를 경제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말라” “쟁점이 되는 문제를 다루지 말라” “돈버는 얘기나 해라”라는 이야기를 했고, “이게 업무지시냐”라는 물음에 “업무지시다”라는 말을 3번이나 했습니다.
이런 건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고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김미화씨, 10년동안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게스트였던 시사평론가 김종배씨, <색다른상담소>의 진행자 김어준씨, <두시의 데이트>진행자 윤도현씨 같은 DJ들의 찜찜한 퇴출이 이어졌습니다.
보도국과 시사교양국에서는 뉴스아이템과 PD수첩아이템이 끊임없이 검열을 당하고, 사장이 원하는 아이템을 소화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파업중인 현재 상황에서는 더 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총선 선거방송을 4시부터 하게되면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올라가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뉴스의 영상편집과 내용이 계속 편향되게 방송되고 있습니다.
몇일전에는 “권재홍앵커가 노조원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뉴스진행을 못한다”는 거짓된 내용을 뉴스데스크의 첫 보도로 내보냈습니다. 이런 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진실을 알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파업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프로그램을 하지 못하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생들과 함께 한 ‘라디오학개론’”
- 파업과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가장 힘든 점을 1가지씩 이야기한다면?
파업이 100일을 넘어가면서 가장 힘든 점은,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PD들에게 프로그램은 애인처럼,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입니다. 프로그램자체도 그렇고, DJ, 게스트들, 스텝들 모두 그렇습니다. 저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PD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수적으로는 거의 4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라디오학개론>을 기획하고 캠퍼스투어를 다니면서 대학생들과 함께한 시간들입니다. MBC파업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획도 나오지 않았을테고 서로 다른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라디오PD들이 모일 수도 없었을테니까요.
“캠퍼스생활을 즐기며 해야 나중에 인생에 도움이 된다”
“파업 끝나도 ‘라디오학개론’ 계속 할 것”
- 최근에 MBC라디오PD들이 대학가를 찾아 ‘라디오학개론’ 강연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생들과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합니다.
토크피크닉 ‘라디오학개론-캠퍼스투어’는 처음 만들어질 때, 강연이 아니라 수다방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현직에서 방송을 하는 선배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할수 있는 기회가 대학생들에게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진로상담, 캠퍼스생활, 연애상담까지 다양한 인생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우리 역시 대학생들의 관심사를 물어봐서 파업후에 복귀하면 방송에 활용하려고 합니다.
‘라디오학개론’은 짧은 15분정도짜리 강의와 1시간짜리 수다로 구성되며, 우리는 주로 캠퍼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서로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으니까요.
얼마전 PD저널에 ‘대학가에 라디오학개론 봄바람이 분다’라는 제목으로 ‘잔디밭수다’에 대한 사진과 기사가 나왔죠. 저는 주로 “캠퍼스생활을 즐기며 해야 나중에 인생에 도움이 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주위의 수근거림에 대해 면역력을 키워라” 이런 얘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라디오학개론’그룹에 가입하면 라디오학개론 신청을 할 수 있고 함께 얘기 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트위터를 통해서 주로 하고 있습니다. ‘라디오학개론’은 이번 파업이 끝나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라디오는 따뜻한 매체이자 상상의 매체”
- 손한서PD님이 생각하는 라디오의 매력은?
라디오라는 건 참 따뜻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주고, 힘들때 연인처럼 곁에 있어주고, 어떨 땐 가족도 되어줍니다. 이런 역할은 영상매체가 하기 힘든 역할이죠. 바로 내 옆에서 항상 떠나지 않고 있어주는 존재가 바로 라디오입니다. 라디오는 우리를 버리지 않죠.
또하나의 매력은 라디오가 상상의 매체라는 겁니다. 때로는 소설처럼 라디오를 들으면서 자기자신만의 꿈을 꾸게 됩니다. 상상은 자유니까요. TV나 영화는 그러기가 쉽지않죠. 라디오를 들었던 사람들이 라디오를 놓지 못하는 이유죠.
“옳지 못한 일에 눈을 감는다면 방송할 자격 없어”
“상식과 토익점수만 늘려서 방송국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위험”
- 언론, 방송 관련 일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파업을 경험하면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고해서 모두 언론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능이든 드라마든 라디오든 똑같습니다. 옳지 못한 일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방송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송을 하던 그건 PD자신의 소유물이 아닌거죠. 기자도 앵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국민들의 것입니다. 여러분이 상식과 토익점수만 늘려서 방송국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항상 세상과 사람들에대한 관심과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런 관심과 이해가 차후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송 복귀하면 <신동의 심심타파> 다시 만들고 싶어”
- 파업에 승리해서 방송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프로그램을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파업전에 <신동의 심심타파>(MBC라디오95.9Mhz 0-2시)를 연출하고 있었으니 다시 그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제가 파업을 하면서 불가피하게 프로그램을 하차한 게스트들도 다시 복귀시켜야겠습니다. 녹음방송으로 바뀐 것을 생방송으로 바꿔야겠고요. 신동, 게스트들, 작가들과의 회식도 걸죽하게 해야겠죠. 정말 PD로서 이런 현실을 보는 게 안타깝습니다.
“기존 언론이 하지 못하는 참신하고 진실된 기획 21세기대학뉴스가 이뤄내길”
- 인터넷언론 21세기대학뉴스가 곧 창간합니다. 마지막으로 축하 또는 당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21세기대학뉴스가 이 시대 대학생들의 올바른 매체로 태어나길 바라겠습니다. 기존 언론이 하지 못하는 참신하고 진실된 기획을 젊은 대학생들의 힘으로 이뤄내길 바랍니다. 대학생들이야 말로 우리나라의 미래이니 여러분의 앞길이 밝을수록 대한민국의 언론의 미래가 밝을 거라 생각합니다. 힘내길!
김민지기자
MBC손한서(손뿌잉)PD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연세대대학원 Fianace석사 출신으로 <신동의 심심타파>,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 <정오의 희망곡 현영입니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 <장진의 라디오 북클럽>, <문지애의 뮤직스트리트>, <잠깐만> 등을 연출했다. 지금은 파업중에 있으며 토크피크닉 '라디오학개론-캠퍼스투어'를 기획해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트위터 @SohnPD 페이스북 www.facebook.com/iamSohn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