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대학뉴스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있고난 뒤 20대를 대상으로 통일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통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4.27 남북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통일을 역사적으로 구조적으로 알아본다.
민족적 자부심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월8일, 남북단일대표팀이 입장하자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숙여사 그리고 김영남상임위원장과 김여정특사가 환호하며 일어섰다. 개막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70년 분단의 세월을 넘어 다시 한번 통일의 작은 포성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세계언론은 이순간을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한두달 전만 해도 주남미군의 <비질런트에이스>항공연습, 핵항공모함배치와 북의 핵미사일시험발사로, 트럼프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 사이의 말폭탄으로 위기감만이 고조되던 한반도 정세가 평화의 장으로 단숨에 전변됐다.
그러나 펜스미부통령과 그의 아내는 일어나지 않았다. 굳은 표정을 짓고 흔한 박수 한 번도 없었다. 중동아시아와 극동아시아에서 정치・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강대국> 미국이 취한 행동 치고는 소인배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펜스미부통령은 속좁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면치 못했다. 펜스미부통령의 이러한 행동이 순간의 실수는 아니었다. 리셉션에서 취한 태도와 탈북자를 끼고 북의 인권을 운운하는 발언들에 비추어 봤을때, 그는 오랜 <우방국>인 남코리아와 <악의 축>인 북코리아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미국은 늘 그랬다.
미국의 입장이 어떻건 남북대표단이 함께 환호하며 빚어낸 장면은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21세기대학뉴스의 질문에 응답한 청년들은 이 장면에 대해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쳤을때 벌어지는 일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사례다.>고 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일제시대부터 이어져온 악법 국가보안법에 의해 북에 대해 제한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접해온 것 치고는 긍정적 반응이다. <자유민주>국가라면서 아직까지 자칫하면 <종북>이나 <빨갱이>로 몰리니 북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하자는 6.15공동선언이 열었던 6.15시대를, <이명박근혜>정권이 망쳐버렸지만 희망을 보여줬던 그 시대를 사람들은 떠올린다. 문재인대통령의 김대중-노무현정부를 계승하겠다는 공약을 둘째치더라도 남코리아대통령이 한민족인 북의 상층부와 손을 잡고 열어갈 통일의 새시대를 기대한다.
통일은 평화적으로 해아한다
개막식이 열린 2월8일, 북에서는 건군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있었다. 연례적인 열병식을 군사적공세라고 볼순 없다고 해도 북은 행사를 축소하고 보도를 제한했다. 올림픽이 아니라 작년같았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다. 2017년 북은 쉴새없이 무장력을 과시했다. 특히 3월18일 <대출력엔진>의 개발을 <3.18 혁명>이라고, 7월21일 <화성-14형>의 시험발사를 <7.21 기적적승리>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리고 ICBM <화성-15형>의 발사로 북의 미사일 타격권 안에 미국본토가 있음을 확증하며, 11월을 <11월 특대사변>이라고 규정했다. 그사이 남에서는 쉴새없이 전쟁위기가 고조됐다. 여름을 지나면서 을지프리덤가디언미남합동군사연습을 제목으로 하며 실제 전쟁을 염두에둔 미국의 전쟁무기가 남코리아 육지와 해상에 배치됐고, 겨울에 접어들 즈음 비질런트에이스미남합동항공군사연습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때 한반도정세의 살벌함은 9월22일에 발표된 김정은위원장성명이 압축하고 있다.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것이다.>며 끝나는 성명은 앞서 있었던 <북을 완전파괴하겠다.>던 트럼프의 UN연설을 두고 나온 것이었다. 북미간의 본토에 실제 타격만 없었지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그 심각함이 마침내 최고조에 달했던 12월에는 심지어 피난에 대비하는 <전쟁가방>이 유행했는데, 불과 두달만에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남북대표단오찬이라는 별광경이 펼쳐졌다. 당장 전쟁피해를 목전에 두고 있던 남코리아 민중 뿐만 아니라 경직됐던 국제사회도 평화의 물결을 환영했고, 성공과 실패 여부를 두고 불안감이 오고가던 평창올림픽은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북의 입장은 작년과 사뭇 다르다. <국가핵무력>의 완성이라던 2017년과 달리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면 비핵화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이에대해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대체로 <평화를 위해서는 북미 둘 다 비핵화 해야한다.>고 답했다. 자위를 목적으로 한 군사력이 아니라면 국가별 차이없이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주장이다. 반전평화를 염원하는 공동의 마음이 지구촌에 흐르고 있다.
6.15선언, 10.4선언이 통일의 이정표
6.15시대를 열수 있었던 동력은 청년들에게도 있었다. 8~90년대 학생운동과 <범청학련>운동이 강성했기에 그 힘이 어디가지 않고 90년대 말 어지럽던 정세를 정리하는데 일조했다. 1991년 소련・동구의 붕괴와 1994년 김일성주석의 서거 그리고 1997년 김영삼정권의 학생운동탄압으로 대단했던 기세를 잃긴 했어도 2000년 김대중전대통령의 방북을 반대하는 수구를 비롯한 반대세력에 맞서 싸운 건 유일하게 청년학생이었다. 7년이 지나 다시 10.4선언으로 갈 때까지 금강산으로, 개성으로 가는 길에 자꾸만 올랐던 의지가 어디서 나왔을까.
6.15선언, 10.4선언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해져 갔다. 노동자・농민・학생 할것 없이 생존권 투쟁, 이른바 <헬조선에서 살아남기>에 내몰려 목적을 가진 정치투쟁에 나서는 사람이 매년 200%씩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금강산으로, 노동자들은 개성으로 갔다. 금강산에 가면 북의 대학생들을, 개성에 가면 북의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문화적으로 교류하며 남북사이의 간극을 줄여갔고, 소자산자본가들은 실리까지 챙기며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다 이명박정권이 출현했을 때 통일을 반대하는 그들과 싸우기까지 해야했다. 예전처럼 싸우기엔 너무나 축소되어 있었다. 결국엔 금강산으로, 개성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개성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이었고, 바로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남과 북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접촉하고 의사소통하며 인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문화적 차이를 줄여나갔다. 실질적인 통일 프로세스가 이루어진 곳이다. 전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단계적 통일의 개성만큼 성공적인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은 김대중-노무현의 방북으로 성사된 6.15선언과 10.4선언의 성과였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김여정특사의 방북 초청에 대해 <문제인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정권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6.15선언, 10.4선언 이행을 위해 방북해야 한다.> 또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을 봐서라도 방북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이 만난다. 공개된 이날의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발전 ▲한반도 평화정착이다. 딱 하루 아침에 합의할 만큼 개괄적이다. 의제를 넘어 거론되고 있는 해주경제특구, 서해평화지대와 같이 개성보다 더 넓은 범위의 경제협력체제와 남북간의 실질적인 신뢰를 구축하자면 더 많은 만남이 필요할 것이다. 설문조사 응답자들 또한 지난 평창에서의 삼지연악단 공연에 대해 <남쪽의 노래도 많이 불러주고 정서적으로 잘 맞는 공연이었다. 북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북과의 문화교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전협정을 넘어 평화보장체계로
4.27남북수뇌회담에서 정전협정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간 대화 뿐만 아니라 북미간 대화도 중요하다. 지난해 전쟁위기의 근원이 다름아닌 주남미군의 전쟁연습에 있었다는 데 비추어봤을 때 한반도 평화보장체계의 주체는 결국 무력을 쥔 미국과 북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평화에 합의해야 전쟁과 멀어진다. 군사적 긴장상태해소는 북미가, 경제적인 합작과 교류는 남북이 한다.
다시말해 지난 시기의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경제・군사적인 제재가 해소되어야만 한다. 한반도를 긴장상태를 몰아넣는 요소요소마다에 미국이 끼어있다. 평화체계를 구축하자면 미국은 북과 ▲주남미군철수 ▲미남합동군사훈련중단 ▲불가침선언 ▲경제봉쇄해제 ▲외교관계수립을 해야한다. 그렇게 하면 한반도에서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보장체계까지 세울 수 있다. 세계역사에서도 북베트남・미국파리평화조약이 1973년 1월27일 있고나서 주남베트남미군 철수와 베트남 통일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북미간의 관계에 대해 <하루빨리 북미평화협정을 맺고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하는 체계를 세워야한다.>거나 <그동안 북미간의 군사적 공세로 인해 전세계 전쟁위기가 심화됐다. 이제 대화할 때이다.>고 응답했다. 또 <북미관계를 우리 정부가 나서서 풀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있었다.
전세계가 한반도 평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 평화의 불씨가 여기에 있다. 평화란 전쟁을 비롯한 위험요소가 없는 상태, 나라와 국민의 안전이 보위되는 상태를 이른다. 또 안전이란 민중이 자기 손으로 쟁취한 자주권과 존엄을 고수하고 재부를 지킬 수 있는 상태이다. 북미평화협정 이후에는 새롭게 구축한 평화체계 위에서 수천년동안 하나였던 우리 민족이 통일되어 분단됐던 교통, 채신, 문화를 잇고 나아가 한사람 한사람의 생활안정, 한사람 한사람의 생존권・발전권을 보장하는 일이 남과 북의 정권에 막중히 제기될 것이다. 평화는 민중의 민주주의적 정부가 실현한다.
하나의 민족, 하나된 마음
문대통령은 2017년 7월6일 독일 쾨르버재단의 초청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또 방남북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김여정특사에게 <제가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대통령의 통일지향적인 행보를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반갑게 여겼다. 그들은 <분단은 그 자체로 민족의 불운이기 때문에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해야한다.>는 데에 압도적인 응답률을 보였다.
연방제방식통일은 북과 남이 합의한 통일방안이다.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한반도 땅에 살고 있으며 하나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 민족의 힘으로 통일하는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통일방안이다. 이미 1960년대부터 제시되어온 연방제방식통일은 70년동안의 비극을 끝내고 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갈 방법으로써 2018년 봄에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4월27일 문대통령이 김정은위원장과 어떤 내용의 선언을 발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1948년, 제주에서 분단을 반대하며 피의 강을 바다로 흘려보내야 했던 비극의 첫단추를 풀어내기 위해 수십년 동안 얼마나 많은 피와 희생을 감수해야 했는지 한반도 땅과 바다는 알고 있다. 그 위에서 자라난 청춘들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고도 비극의 피해자로서 역사의 대하와 맥박을 같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 <임금착취>니, 통일비용이니 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분단을 유지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통일세력을 잠재울 정치투쟁의 힘이 청년들에게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마지막으로 통일이 된다면 <북의 유명한 관광지에서 높고 싶다.>, <북 출신 사람을 만나서 친구, 연인 등 관계를 맺고 싶다.>, <알려지지 않은 철학, 역사를 비롯한 학문을 공부하고 싶다.>고 응답하며 통일에 희망적인 태도를 보였다.
21세기대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