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세계노총활동가이자 프랑스노총(CGT)전실업노조위원장 샤흘 와호는 고려대학교에서 2022전태일주간기획단, 서울지역대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샤흘은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제국주의국가로 다른 나라를 많이 식민지배했고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통로였다>, <지금도 다양한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먼저 프랑스에서 노동에 대해 <국제상황이 변화함에 따라서 노조도 바뀌고 노동이라는 개념도 변화한다>며 <과거에 생산부문이 발전했을때 생산노동자로 있었던 사람들, 정규직으로 안정적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 국제정세가 변화함에 따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안정적인 노동조건에서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바뀌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프랑스의 노동자들을 봤을때 그중의 3분의1만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30%에 해당되지 못하는 70%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서 일하고 있다>, <패배주의적인 관점으로 노동이나 노동운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청년학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아예 노동을 거부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어차피 일해봤자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대학교육을 다 받고 학위가 있어도 하루에 20시간씩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경우가 있다. 조건을 바꾸지 않은 채 사회에서 개미처럼 일하는게 의미가 없다며 일하기를 거부하는 청년들이 있다. 일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대안이 될수는 없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청년들, 여론에 만족할수 있을만한 안정적인 조건의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프랑스정유공장에서의 파업투쟁에 대해 설명했다. 샤흘은 <정유공장에서 파업을 하니 시민들이 주유소에 가도 주유를 할수 없다. 처음에 정부는 러시아탓이라고 했다. 나중에는 정부가 하는 얘기가 파업이 부당하다. 1달에 1만유로씩 받는데 파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매달 1만유로씩 임금받으면 파업을 멈추겠다고 받아쳤다. 1만유로가 아니라 1달에 월급을 1500~2000유로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공장파업의 성과로 1달에 300유로의 임금인상을 얻어냈다. 정유공장파업의 성과는 임금인상에서 끝나는게 아니다. 이를 바라보는 여론, 시민들의 시선이 중요한 변화중 하나였다.>라며 <결국 노동이라는 개념, 파업이라는 개념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사람들의 투쟁과 교육을 통해 바뀌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프랑스혁명역사에 대해서는 <프랑스는 지금 상태를 떠나서 역사적으로 봤을때 노동운동, 농민운동이 강했고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이 있었다>며 1789년 프랑스대혁명, 1848년 혁명, 1871년 파리꼬뮌에 대해서 해설했다.
또 <1936~1945년 2차세계대전 당시 많은 노동운동이 있었고 1868년 5월에 있었던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파업인 68혁명이 있었다. 이때 프랑스는 전세계 최초로 유급휴가를 도입하고 주40시간노동제를 관철했다. 그리고 단체협약권도 얻었다.>며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프랑스의 현정부가 이런 역사를 부정하거나 그 성과들을 뒤집는 정책들을 실시하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자본주의안에서 바꾸는게 중요하냐 자본주의자체를 바꿔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내 견해는 자본주의안에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가진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문제해결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노조인 CGT를 미국이 왜 분열시키려 했는가>라고 물었다.
샤흘은 <프랑스CGT는 미CIA에서 재정을 통해 분열하려 할 정도로 컸다>, <3차세계대전이 답과 연결돼 있다. 미국은 대체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전세계 경제상황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1945년 당시 프랑스는 해방이 됐고 다른나라는 민족해방을 통해서 독립을 이루거나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노총이 만들어진 후 전세계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나섰다. 그때 CIA를 중심으로 또다른 국제적 노총이 만들어졌다. 이름은 국제노총이고 현재에는 바티칸중심의 노조와 미국중심의 노총이 합쳐져 있다.>며 미국의 분열책동에 대해 설명했다.
또다른 학생은 <프랑스의 상황이 남코리아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며 프랑스에서도 투쟁하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많은지>라고 질문했다.
샤흘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현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도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프랑스에서도 임금인상을 외치고 물가상승에 반대하는 집회와 파업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프랑스노조들의 지도부들이 민중들의 요구만큼 투쟁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래에서부터 분노가 위에서부터 투쟁하는게 아닌 노조지도부를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아래에서 부터 분노가 정확한 방향으로 가려면 교육이 있어야 한다. 권리에 대한 제대로된 인식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는 전세계에서 누려야 할 보편적인 하나의 기본권이다.대학까지 포함해서 모든 교육체계에서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코리아에서 연세대나 덕성여대 등 청소노동자시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도 노동자들의 시위에 반대하는 상황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프랑스에서도 대학생들이 노동자들에 반대하거나 청소노동자들이 다른 청소노동자들에 반대하는 상황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대로된 정보가 제공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린다. 또 이성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집단의 지성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그 중심에 있다고 본다. 제대로된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진실을 알리려 추구하는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자본주의가 가장 두려워하는게 바로 민중들의 단결이다. 그래서 이런 국제적인 자리가 중요하다.>며 <노조든 대학이든 본인이 있는 자리가 어디든 가장 첫번째로 시야를 넓히는 것이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남코리아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세계에 대한 인식까지,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만난다면 큰 에너지가 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생들은 샤흘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국제적 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