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의 변호사들』 민주노총 법률원 , 오준호 지음 , 최규석 그림
대학시절, 1학년때 잠깐 학생운동을 하였고 그 후 줄곧 사법고시 준비만 했던 선배가 계셨다. 가끔 내가 있는 동아리방에 들러 본인의 새내기시절 그나마 학생운동하는 대학생이 많았던 그때를 회상하며 이야기하긴 했지만 정작 그 선배가 실천현장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랬던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내 기억속에 잊혀졌다.
몇년전 그가 민주노총 법률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반가움의 실체가 뭔지 생각한 겨를 없이) 연락을 취했으나 번호가 바뀐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노동자의 변호사들에 대한 호기심이나 노동사건이 궁금해서가 아닌, 이제는 기억 저편에 있던 그 선배에 대한 때늦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읽게 된 계기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읽고 나면 노동현실과 노동운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집회와 파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이라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이 책은 법리적으로 접근해도 비합리적인 판결들, 그리고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의 가치에 턱없이 부족한 법조항들, 이토록 척박하고 추운 땅에서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고통에 함께 하며 법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맡은 중요사건이 담긴 진솔한 책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들은 낮에는 노동상담을 하고 밤에는 현장을 돌거나 변론을 준비한다. 그런 그들의 헌신성과 적극성은 읽는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무엇이 이들은 이렇게 헌신적으로 만드는가 에 대한 의문이 점차 고개를 든다.
그리고 2부에서 나오는 ‘노동사건 10장면’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우리사회 중요 노동사건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노동사건 10장면은 다음과 같다.
△삼성반도체 백혈병사건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집단해고사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사건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해고사건 △이랜드-뉴코아·KTX여승무원·현대중공업 사내하청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언론노조 파업과 MBC노조파업사건 △KEC파업과 타임오프·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건설노조 공갈협박죄 구속사건 △전교조 시국선언·정당 후원사건.
이 사건들은 노동문제가 관심이 적은 사람들도 언론을 통해 한번쯤은 접했을 사건들이다.
또한 최근 노동운동사건들 중에서 사회적으로 법리적으로도 의미있는 사건들이라 읽고 나면 노동문제와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역시 노동문제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여전히 한숨을 쉬며 내 안에 언제나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왜 우리사회는 부조리하고 병들어 있는가? 이것들의 근원은 무엇인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이제는 이 질문의 답을 모르지 않지만 답답한 마음은 계속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양고은(시사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