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그것은 무엇을 바탕으로 누구의 의거하여 형성되고 요구되는가’라는 시작 전 질문은 영화의 종료와 동시에 ‘대의에 기초를 둔 민중의 요구와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위한 정의사회실현을 시대적 사명으로 내포해야 한다’라는 당위명제로 바뀐다.
현시대 대표적인 진보감독 켄 로치(Ken Loach)는 제2차세계대전직후의 영국의 시대변화를 주목한다. 이속에서 전쟁시대에 더 나은 삶을 꿈꿨던 민중의 비전이 1945년 노동당의 총선승리를 이룩하고, 사회를 진보시킨 승리의 역사를 기억한다.
총리 애틀리(Clement Richard Attlee)의 노동계급을 대표하며 점진적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노동당 단일내각정부는 민중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여 1946년 영국은행(The Bank of England)을 필두로 같은해 전신, 1947년 운하·도로·운송·교통·광산, 1948년 가스·철도, 1949년 철강·민간항공 등의 중요산업의 국유화를 진행한다. 이어 임산부보조·장례비용보조를 담은 국민의료법(National Health Service Act, 1946)과 맹인·광인·극빈자 등의 생계보장을 위한 국민보조법(National Assistance Act, 1948) 등 복지제도·국민공익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영국역사의 획기적인 복지정책의 빛나는 기록들에 대비해 1979년 보수당의 총선승리로 마가렛대처정권이 등장해 주요산업과 서비스들의 국영화를 다시 사영화시키는 과정이 생생히 그려진다. 수익성과 효율성에만 매달려 공공서비스공급이라는 본질을 잊어버린 정부의 무차별적인 추진은 빈익빈부익부의 계급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빈자의 삶을 철저히 파괴한다.
감독은 대처리즘(Thatcherism)에 의해 역사의 일장춘몽으로 끝난 황금시대를 살았던 노동자들(광산·부두운송업·의료업 등)의 생생한 증언들을 담아 영화로 기록한다.
자본의 착취라는 고약한 본질로부터 고통 받는 21세기대중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넘실거리지만 여전히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이나 정책적 대안은 부재한 현실이다. 당연히 영화관람 후에도 관객들은 ‘그래서 어떻게 하지?’라는 구체적 실천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실제로 켄로치는 관객들로부터 이러한 질문들을 받았고, 그저 사영화를 저지하는 것이 출발점(starting point)이라는 견해만 피력한다.
다만 켄 로치는 영화시작의 1945년의 흑백장면을 마지막에 칼러로 재현하며 그 역사 속 사실이 오늘의 현실로 재현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여전히 사회주의의 구체적인 대안이념과 그를 찾아가는 대안적인 전략을 내놓진 못하지만, 적어도 대안정신으로서 ‘The Spirit of ’45’만큼은 뚜렷이 제시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대의 문제 해결에 치열하게 사색하고 실천해 나가는 우리시대 대표적인 진보감독의 넋이 아닌가 생각한다. 긍정-부정-부정의부정이라는 변증법적 사회발전의 경로를 확신하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이 영화는 또 하나의 교과서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픽션(fiction)이 아닌 팩트(fact)로서, 노동당정부의 국유화과정과 보수당정권의 사영화과정이 펼쳐질 때마다 관객의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고, 영화 시작 전과 마감 후 크게 두번 켄 로치는 긴 박수를 받았다.
성우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