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탐구와 방황, 그 무한한 혼돈 속에서도 뭔지 모를 설레임과 꿈, 뜨겁게 달아오르되 너무도 빨리 식어 버리는 시절,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하지만 때로는 무모한 모습, 실수가 너무 잦은 풋내기, 바로 청년(Youth)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 속에서 자아를 찾아야 할 인생의 황금기에 이스라엘의 두형제는 총을 들고 또래의 여자를 납치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딸의 몸값을 요구한다. 직장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밀린 아파트의 전세금을 내기 위해서.
야키와 샤울, 이 두 쌍둥이형제는 페타티크바(Petah Tikva)라는 위성도시의 한마을에서 양부모님과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10대들이다. 유대감이 강하고 끈끈한 이스라엘에 다른 서민가정의 보통아이들처럼 가정을 소중히 하고 부모님을 사랑하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밀린 집값을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파탄지경인 이 가족을 위해 두 청년은 인질극을 선택한다.
그들이 유일한 출로로 선택한 길은 M16소총과 젊음뿐이다. 우스꽝스러운 복면을 쓰고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지하창고에 소녀를 감금한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환호한다. 해냈노라고 집안의 큰 우환을 해결하고 가정을 지켰노라고. 하지만 납치된 소녀의 아버지가 협박문자와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무언가 일이 크게 틀어졌다는 사실을 두형제가 깨닫는 데는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시간도 그들의 편이 아니다. 그들의 처한 현실, 세상을 바꾸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힘, 납치한 소녀를 겁박하는 소총 한 자루의 유효기간(야키의 휴가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그녀를 집에 돌려보내고 그녀의 신용카드를 꺼내 현금인출이라도 시도해보지만, 형편없이 낮은 인출한도가 바로 청년(Youth)이라서 그렇다는 답을 듣는다. 결국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일상으로 돌아온 두 형제는 아버지의 충격적인 자살소식을 접한다.
비통한 심정으로 장례를 치르며 손님을 맞이하는데 유감을 표하며 조문하러 온 집주인이 밀린 집세를 탕감해 주겠다고 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집주인의 차를 바라보는 두형제의 눈빛에는 다음 타겟이 누구인가가 보인다.
애꿎은 낮선, 그 어머니가 아랍사람이라는 소녀가 아니라 자기들 사회의 집주인이라는 지배층들에게로 시선이 돌려지는 장면이다. 거칠게 표현해 민족적인 분노의 감정에서 계급적인 분노의 감정으로의 발견이라고 할까.
자신들이 겪는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깨닫는 과정은 이렇듯 결코 어렵거나 길지 않았다. 젊은이들을 극단적 행동으로 몰아넣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은 역시 대담한 실천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해야 할까.
설사 실패하더라도 두려워말고 과감히 행동하라는 메시지라고 보기엔 인질극과 그 희생양인 소녀의 고통이 너무나 아프고 크다. 그보단 시행착오 속에 정확한 타겟을 찾아내는 청년의 감각과 에너지를 주목해야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우리사회의 근본모순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묻고 싶다, 우리의 청년들에게!
성우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