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이익 - <킹덤 오브 헤븐>
전쟁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관점의 중요성
십자군전쟁이 있고난 12세기, 예루살렘은 세 종교의 성지였다. 영화는 예루살렘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갈등을 그리고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완성된 것은 미국의 이라크침공 무렵이었다. 십자군이 성지회복을 목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며 도착한 곳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수색을 목적으로 벌인 이라크전에서 이라크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발리안은 대장장이 출신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귀족 사생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발리안은 예루살렘으로 떠났다. 그러나 차별도, 신분도 없는 구원의 땅이라는 소문과 달리 예루살렘은 전쟁의 광기와 맹신으로 가득 차있었다. 게다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왕을 대신해 권력을 잡으려는 자들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다. 성 안의 백성들은 학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발리안은 싸울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기사로 세우고, 이슬람 군대와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성을 넘기는 대신 모든 사람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하늘의 왕국>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가치보다 사람을 중히 여길 때에 바로 <하늘의 왕국>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사회라서 돈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하늘의 왕국>과는 거리가 멀고 사람이 우선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영화에서 <신의 뜻대로> 라고 말하며 전쟁을 일으킨 십자군처럼 돈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2차세계대전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내고 세워진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은 성지회복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최근 트럼프미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자본주의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거대자본을 쥐고있는 유대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민중을 탄압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짓밟으면서 자신들의 종교적 가치를 맹목적으로 관철하려 한다.
영화는 <수 천년이 지난 후에도 그곳엔 평화가 도래하지 않았다.> 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아직까지도 정치적•종교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중심이 아니라 돈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 자본주의체제에 여전히 예속돼 있는 현실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고, 전쟁을 벌이는 세력이 종교적 가치, 평화 유지, 자유 수호와 같은 말들을 내세우지만 실은 전쟁은 명백히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마 사람을 위한 세상이 오기 전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돈이나 종교 그리고 권력 등은 오직 사람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전쟁을 비롯한 사건사고에 대한 가치판단은 <돈이 얼마나 드느냐>나 <신이 얼마나 기뻐하느냐>가 아니라 그로 인해 <사람이 어떠한 처지에 처하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패권국이 벌이는 행동들, 예를 들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나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선언, 또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끊이지 않는 전쟁연습, 사드배치 등이 그 이면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그것이 사람을 위한 것인지 반문하고자 한다.
이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