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내가 가지 못하는 북녘은 어떤 모습일까?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신은미지음-
세상에서 오직 한국인만 갈 수 없는 나라, 이북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방송에서는 연일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이북이 반인권적인 나라라고 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여론 또한 북을 비난하기 급급하다.그러나 나로서는 이러한 비판 혹은 비난들을 믿기에는 찜찜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은 애초에 부정선거로 당선되어서 그 정권의 말과 행동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또한 박근혜의 뿌리인 유신세력들은 정권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온갖 간첩사건과 거짓여론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였고 특히 선거철이면 이른바 북풍을 일으키면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왔다. 재밌는 점은 정권의 모든 말과 행동을 믿지 않는 국민들마저도 정권이 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믿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제여론이라는 것이 대부분 미국발 언론을 통해 흘러들어오는데 본질상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정부의 나팔수인 미국 언론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그리고 유투브 등을 통해 탈북을 했다가 재입북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으니 현재 이남에 있는 탈북자들과 탈북단체의 이야기 또한 믿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김대중․노무현정권때에는 잘만 지내던 남과 북이 이명박․박근혜정권때 갑자기 경색되면서 북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었다.
바뀐 것은 이남의 정권인데 조성된 여론은 북이 180도 바뀐 꼴이니 이 또한 웃긴 일이다.
여러모로 진실은 가려진채 의구심만 싸일 뿐이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의구심만 쌓이는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객관적으로 이북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먼저 저자인 신은미작가의 배경이 흥미롭다.
대구에서 탄생, 보수적인 기독교집안, 외할아버지는 보수적인 정치인, 아버지는 군인이며 본인은 이화여대 음대를 나와 남편과 미국에서 정착한 재미동포이고 2008년 미국 대선때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을 지지.
이 3줄의 이력만으로도 신은미작가가 보수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가 2011년 10월, 남편에 이끌려 내키지 않는 이북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녀를 따라 이 책을 통해 이북여행을 떠나다보면 북에 대한 이물감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처음에 상상했던 군복입은, 딱딱한, 인간미없는, 그리고 가난하고 무기력하며 재미없는 이북사람이 아니라 인간미있고, 잘 웃고,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마음을 열고, 재치있고 소박하게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작가가 중간 중간 언급하듯, 이러한 것을 느끼면 느낄 수록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우리는 왜 그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
북과 미국은 서로 적이라고 하면서도 통행이 가능한데 겉모습도, 말도, 역사도, 정서도 비슷한 우리는 왜 그들을 만나지 못하는가. 박근혜정부는 ‘통일대박’을 외치지만, 이 책을 읽으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염원임을 알 수있다. 물론 통일을 하면 경제적 이득 또한 크겠지만(KBS시사기획 창-북한의 자원을 지켜라 편에서도 알 수 있듯 이북의 지하자원은 무궁무진하다)경제적 이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군사적 반목을 없애고 마음의 장벽을 부수고 분단의 아픔을 씻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정부가 진정 통일의 의지가 있다면, 입으로는 ‘통일대박’을 외치며 ‘키리졸브․독수리 군사훈련’ 같은 대북침략전쟁연습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신선했던 점은 90년대 중반, 이북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릴 때 재미동포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는 당시 북의 체제가 무너질 거라고 예상하여 약속한 지원사업을 다 중단하고 오히려 대북압박정책을 공세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러한 때에 오히려 뜻이 있는 재미교포들이 직접 북으로 들어가 북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점은 남의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보였다.
이념을 떠나서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도움을 줬다는 것은 미담 아닌가. 그런데 남의 언론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한번도 보도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은 보수적 기독교인의 시선으로 본 북의 모습이기 때문에 기독교적 정서가 많이 담겨 있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남에서 출간한 책이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북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변화․발전하는 것은 ‘민중’의 몫이고 억압하는 것에 저항하는 것이 ‘민중’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민중’의 속성은 모든 사회역사의 공통점이며 이북 또한 ‘민중’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북에 대한 판단을 좀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시사톡 양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