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있는 책과 읽지 못하는 책.
˂책의 정신,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사실 ˂책의 정신˃을 처음 어떤 경로를 통해 구입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안좋은 습관 중에 하나가 책을 구입하고 조금만 지나면 그 책을 왜 구입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막연히 짐작하기로는 책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호기심에 샀을 것이고, 다른 책을 먼저 읽다가 잠깐 늦게 읽었을 텐데 대체적으로 내가 읽는 책들이 ˂호기심-구입 후 나중에 읽기˃가 대부분이라 이 책 또한 내 입장에서는 보편적인 과정을 통해 읽은 책이다. 아무튼 의도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인지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어서 읽는 순간이 즐거웠고 책장을 덮을때 너무 아쉬웠다.
<책의 정신>은 소위 말하는 <메타북>이다. 즉, 책에 대한 책이다. 책을 논하는 책을 읽을 때에는 그 무엇보다 작가의 관점이 중요하게 개입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여기거나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책들은 의외로 협소하며 그 협소함은 일방적인 관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종종 있고 그래서 작가가 어떤 관점으로 책을 비평하느냐에 따라 그 책에 대한 평가와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책=상품이기 때문에 이른바 상품성 있는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권장도서>라는 이름으로 책읽기를 협소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방식으로 팔리는 책들 사이에서 그 책들을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회가 좀 더 진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안의 책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므로 <책의 정신>과 같이 책과 시대를 함께 고찰하여 역사속 책의 지위를 이야기하고 같은 주제-상반된 내용의 책을 비교, 고찰하는 책이 다른 책을 취사선택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책의 정신>은 <포르노와 프랑스대혁명>, <아무도 읽지 않는 책>,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이라는 5가지 주제를 통해 책과 사회진보의 관계와 오늘날 책의 출판과 유통에 담긴 편향된 가치관, 과학의 비과학성, 책과 사회가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책의 정신>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주제별로 전개하는 내용들이 매우 풍부하다는 점이다. 작가는 여러 책들을 비교하면서 비평을 하는데 방대한 목록의 책들을 엄정하게 보기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엄정함 때문에 다음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는 재미있는 책이다. 또한 책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내가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여 참고할 내용이 많았다. 작가는 책이 사회진보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작가가 생각하는 진보란 적어도 책에 있어서 지식의 보편성 즉, 대중들이 금기가 없이 책을 접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보니 사회발전에 영향을 끼친 다른 요인들이 언급되지 않아 <책>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 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걸러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금기-금서-가 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가 진보한다는 것은 이 금기가 합법화되고 그 공간에서 서로 교류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책 또한 마찬가지다. 금서를 뛰어 넘어 우리가 가감 없이 접하고 토론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고 정신적 재부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시사톡 양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