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에서 지성(知性)의 원천이라고 여겨져온 대학에 대한 존중이 빠르게 식어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설문결과 대학졸업장의 가치가 없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식인이 추구하는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 등이 미국인의 반(反)대학·반지성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수십년을 갚아야 하는 학자금대출 등 천문학적으로 높은 대학등록금도 대학의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낮추는 요인이다.
WSJ는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와 함께 지난달 미 전국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육인식조사를 발표했다. <4년제 대학을 나오는 것이 평생 좋은 직업을 갖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데 비용만큼 효용이 있다>란 문장에 동의한 비율은 42%, <빚만 떠안고 쓸모 있는 직업교육도 받지 못한 채 졸업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은 가치가 없다>에 동의한 이는 56%였다.
대학졸업장의 가치가 없다고 보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8~34세 젊은층이었다. 10명 중 6명(63%)이 대학이 쓸모없다고 답했다. 경제가 기우는 상황에 계속 급등하는 대학등록금이 외면을 초래한 이유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편 최근 수년간 미대학들은 최대이념전쟁터가 되고 있다. 학계가 자신들이 정한 <지성의 틀>에 맞지 않는 학자나 예술인의 사상과 전력을 검열해 낙인찍는 일도 흔하다.
이같은 경제·이념갈등의 결과를 반영한 이번 대학인식조사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의 대학진학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미교육부통계에따르면 고교졸업생의 2년제이상 대학진학률은 2021년 62%로, 역대 최고였던 2009년 70%에서 급감해 30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