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2시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총장 이용구) 정문 영신관 앞에서 ˂정의가 없는 대학은 대학이아니기에, 대학을 그만둔다˃는 한 학생의 자퇴선언이 있었다. 

KakaoTalk_20140507_212533098.jpg 
▲ 자퇴선언을 하고있는 중앙대 철학과 김창인학생 (출처 =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페이스북 페이지 <중앙문화>

중앙대 철학과에 재학중인 김창인(24)씨는 ˂내가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학을 그만둔다˃고 밝혔다.

앞서 김창인씨는 2008년 5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인 2009년에 중앙대에 입학했으며 입학 후 기업식 대학구조조정과 학내 학생자치권 문제등에 대해 투쟁한 대가로 5차례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또 그로인해 3차례의 징계조치를 받았다.

김씨는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가 정치적이라고 불허됐고, 입시 행사가 있다고 떼어지고 금지되었다>며 <학생회가 진행하는 새터와 농활도 탄압받았으며, 지키는 일이 투쟁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을 통한 생존만을 요구하는 대학은 세일즈 하기 편한 상품만 생산하길 원했다>고 규탄하며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 난 결코 그들이 원하는 인간형이 되지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저항을 해보려한다>고 밝혔다.

KakaoTalk_20140507_212531899.jpg KakaoTalk_20140507_212529786.jpg 
▲ 기자회견에 모인 학생들과 기자들 (출처 =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사회학과3학년 이슬샘학생은 김창인학생을 두고 <안면이 있는건 아니지만 학내구조조정을 반대하며 행동했고 이번에 인문대학생회장에 출마했었는데 선거가 학교에 의해 무산됐다고 들었다>며 <이같은 학생이 학교를 더 좋게 만드는건데 학교가 이를 탄압하는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교훈이 있는 학교에서 한 학생이 <정의가 없는 대학은 대학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퇴학하는 모습이 씁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대학을 떠나게된 김창인학생이 기자회견을 한 장소에서 멀지 않은곳에서는 대학입학을 위해 중앙대학교 <대학탐방>을 온 고등학생들이 밝은 분위기속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연출돼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를 이뤘다. 

김씨는 이날 <나는 비록 중앙대를 자퇴하지만, 나의 자퇴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자퇴선언이모두에게 <대학을 복원하기 위해 지금보다 한걸음씩의 용기를 요구하는 재촉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KakaoTalk_20140507_212530702.jpg KakaoTalk_20140507_212530096.jpg KakaoTalk_20140507_212530273.jpg KakaoTalk_20140507_212529510.jpg 
▲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떠나는 김창인학생 (출처 =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다음은 중앙대 철학과 김창인학생의 <자퇴 선언문> 전문이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정의(正義)가 없는 대학(大學)은 대학이 아니기에.



나는 두산대학 1세대다. 2008년, 두산은 야심차게 중앙대를 인수했다.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수험생이었던 나는 중앙대 학생이 되고 싶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기업의 말처럼 나는 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하지만 두산재단과 함께 시작한 대학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박용성 이사장은 대학이 교육이 아닌 산업이라 말했다. 대학도 기업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중앙대라는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리고 불과 5년 만에 그의 말은 실현되었다. 정권에 비판한 교수는 해임되었고,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수거되었다. 회계를 의무적으로 배우면서, 성공한 명사들의 특강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 과목은 축소되었고, 이수 학점은 줄어들었다. 학과들은 통폐합되었다. 건물이 지어지고 강의실은 늘어났지만, 강의 당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는 금지되었다. 정치적이라고 불허됐고, 입시 행사가 있다고 떼어졌다. 잔디밭에서 진행한 구조조정 토론회는 잔디를 훼손하는 불법 행사로 탄압받았다. 학생회가 진행하는 새터와 농활도 탄압받았으며, 지키는 일이 투쟁이 되었다. 중앙대는 표백되어갔다.


대학은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학문을 돈으로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처절하게 싸웠다. 2010년 고대의 한 학우가 대학을 거부하고 자퇴라는 선택을 했을 때, 나는 무기정학을 받았다. 한강대교 아치위에 올라 기업식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분투한 대가였다. 대학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순진하게도 그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기업을 등에 업은 대학은 괴물이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5차례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고, 3차례의 징계조치를 받았다. 무기정학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자 대신 유기정학 18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유기정학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조조정 토론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근신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징계이력은 낙인찍기였다.


받았던 장학금은 환수요청을 받았으며, 학생회장으로 출마할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학교본부는 나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해, 각 과 학생회장들을 징계처분, 학군단과 교환학생 자격박탈, 학생회비 지원중단 등 갖가지 방법으로 협박하였다.


그렇게 난 블랙리스트 대상이 되었다. 학생들은 날 종북좌파라 어느 교수는 나를 불구덩이에 타죽으러 가는 사람이라 했다. 그렇게 나는 절벽 앞으로, 불구덩이로 내몰렸다.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였을까.


대학에 더 이상 정의는 없다. 이제 학생회는 대의기구가 아니라 서비스 센터다. 간식은 열심히 나눠주지만, 축제는 화려하게 진행하지만, 학생들의 권리 침해에는 입을 닫았다. 학과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폐과되고,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학생회는 움직이지 않는다.


교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시국선언을 했던 교수들이 학내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탄압의 선봉을 자처하게 된 교수들도 있다. 대학의 본질을 찾는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다치지 않으려면 조심하라는 말밖에 해주지 못했다. 자기 몸 하나를 건사하기 위해 모두가 비겁했다.


내가 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의 벽은 너무나 거대하고 완고해서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때문에 그저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를 고민하고, 경쟁을 통한 생존을 요구했다. 그렇게 대학은 세일즈하기 편한 상품을 생산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 난 결코 그들이 원하는 인간형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저항을 해보려한다.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중앙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중앙대를 사랑하고, 중앙대가 명문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대학은 대학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진리와 정의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비록 중앙대를 자퇴하지만, 나의 자퇴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 대학을 복원하기 위해 모두에게 지금보다 한걸음씩의 용기를 요구하는 재촉이기도 하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 중앙대의 교훈이다.떠나더라도 이 교훈은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지금 대학엔 정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



2014년 5월 7일 

중앙대학교 김창인 



신현준기자
번호 제목 날짜
257 미선이 효순이 사건, 12주기 추모행사 열려 file 2014.06.10
256 교대생·학부모·교사 모였다, ˂시간선택제교사반대한다!˃ file 2014.06.10
255 교수님에게 부치는 편지,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에서 교수님들이 그만 가만히있길 바라는 불손한 제자들 file 2014.06.10
254 성추행·폭행 저지른 주한미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열려 file 2014.06.10
253 일본군성노예 ˂위안부˃피해 배춘희 할머니 별세, 생존자 54명 file 2014.06.08
252 ˂세월호 참사˃53일째, 범국민 4차촛불집회 열려 file 2014.06.08
251 한대련, 오바마는 ˂주남미군 최고책임자로서 당장 사과하라!˃ file 2014.06.05
250 고려대학생들, 세월호참사 시국선언발표 file 2014.06.05
249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경희대학생들 시국선언 발표 file 2014.06.05
248 이화여대총학, ˂세월호참사˃시국선언 발표 file 2014.06.05
247 ˂세월호 철저한 진상규명˃ 성공회대 학생 350여명 시국선언 발표 file 2014.06.05
246 전남대 ˂박근혜정부불신임총투표˃실시, 88.5% 압도적 찬성보여 file 2014.06.03
245 서울대총학,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시국선언 file 2014.06.02
244 ˂3차범국민촛불 - 간절한 기다림을 나누는 힘찬 약속˃ 열려 file 2014.06.02
243 대학생들, <6월4일 당신의 약속을 지켜주세요>합동기자회견 열려 file 2014.05.29
242 세월호참사, <선체보존가처분신청>이 우선이다! file 2014.05.28
241 민주노총충남본부장 최만정, ˂경찰부르겠다˃망발 ... 결국 못 불러 file 2014.05.27
240 24일, 세월호참사 2차범국민촛불행동 ˂천만의 약속˃ file 2014.05.26
239 성공회대교수들 ˂슬픔과 분노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 file 2014.05.23
238 인천대교수들 ˂더 이상 영혼 없는 사과와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 file 2014.05.22
237 중앙대교수들 ˂세월호 참사 진상 철저히 규명하라!˃ file 2014.05.22
236 21일, 신학생들 ˂시국단식농성단˃ 결성해 file 2014.05.22
235 대학생들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습시위˃ 벌여 file 2014.05.22
234 ˂안녕들하십니까˃ 세월호추모자 200명연행 규탄 기자회견 열려 file 2014.05.20
233 감리교신학대 학생들, ˂박근혜 퇴진˃단식농성 합류 file 2014.05.20
232 코리아연대, 민중의힘에 전농과의 ˂연대파기˃안건 상정제기 file 2014.05.19
231 코리아연대, 전농의 한심한 ˂연대파기˃통보에 대한 확인과 항의 file 2014.05.19
230 코리아연대, ˂일관성·공정성·형평성의 원칙이 있는가˃ 문제제기 file 2014.05.19
229 충남대련, ˂농민회간부의 충남대련여성간부성폭력˃사건 해결촉구 file 2014.05.15
228 감리교신학대 학생들, 세월호사건 규탄 ˂기습시위˃ 벌여 file 2014.05.08
» 중앙대학생,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을 거부한다! file 2014.05.08
226 ˂세월호 참사˃추모 촛불집회, ˂아이들을 살려내라!˃ file 2014.05.04
225 폐과막기위해 사회학과 동문들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 file 2014.05.02
224 5.1세계노동절대회 서울1만, 전국5만 집결, 청년·대학생들 연대참여해 file 2014.05.02
223 서원대미술학과학생들, 총장실점거농성 11일만에 농성해제 file 2014.04.29
222 대학구조개혁안 철회하고 대학민주적의사결정기구 설치하라! file 2014.04.23
221 22일 세월호사고 무사생환염원 국민촛불 열려 file 2014.04.23
220 세월호침몰사고, 대학가 축제취소, 기금활동 등 애도의 물결보내 file 2014.04.23
219 고려대, ˂418구국대장정˃ 예년보다 정숙하게 file 2014.04.21
218 4.19대국민촛불집회, 세월호참사무사생환기원, 남재준파면특검실시! file 2014.04.21
217 경기대, ˂일방적인 구조조정 중단하라!˃ file 2014.04.19
216 일본군˂위안부˃문제의 해결을 요구한다! 토론회 열려 file 2014.04.18
215 원광대, 서예문화예술학과 구조조정에 학생들 반발 file 2014.04.17
214 정대협·희망나비, 유럽곳곳에서 일본군성노예문제 알린다 file 2014.04.16
213 ˂대학원생들에게 일방적인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지마라˃ 인권위 진정서제출 file 2014.04.16
212 서울대민교협, ˂국정원선거개입과 간첩증거조작사건, 특검도입하라!˃ file 2014.04.16
211 서원대미술학과통폐합에 예술단체까지 반발확산 file 2014.04.14
210 대진대 음악학부 폐지 ... 교수 및 학생 반발운동 file 2014.04.14
209 한국교원대, 일방적인 학과구조조정에 학생들 반발 file 2014.04.14
208 전국교대생들 ˂시간선택제교사제도입 즉각 철회하라˃ file 2014.04.13